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현대미술관의 '미인도' 전시 강행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02 17:17

수정 2017.03.02 17:17

[기자수첩] 현대미술관의 '미인도' 전시 강행

해가 바뀐 지 두 달이 지났지만 미술계는 여전히 오래된 문제에 매여 있다. 다름 아닌 고 천경자 화백(1924~2015)의 '미인도' 위작 논란이 재점화된 것이다. 1991년 처음 시작됐으니 벌써 공방만으로 사반세기가 지났다.

지난해 말 검찰이 '미인도는 진품'이라는 결론을 발표한 이후 한동안 잠잠한 듯싶었지만 지난주 국립현대미술관이 오는 4월 일반에 공개하겠다고 나서면서 다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천 화백의 유족들은 당연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족들은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고가 진행 중인 상태"라며 "4월에 전시를 강행할 경우 관장과 결재권자, 실무자 전원에 대한 새로운 고소를 진행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한 방송을 통해 과거 군사정권 시절의 정치적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천 화백 역시 재작년 작고하기 전까지 생전에 꾸준히 이 작품이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말해왔다. 창작자는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하고, 감정한 이는 창작자의 작품이 맞다고 주장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끝도 없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종 결론에 이르기까지는 아직도 요원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이 전시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논란 이후 오랜 기간 작가와 유족들의 뜻을 존중해 공개하지 않았지만, 미술계에서도 공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공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어디서 촉발된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계획대로 전시가 진행된다면 큰 흥행을 거둘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25년 넘도록 전문가도 진위 여부를 판단하지 못한 작품을 '내가 직접 보게 되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대중의 심리 때문이다. 호기심은 진품과 위작 여부를 앞선다. 소송의 끝에서 진품임이 증명된다면 국립현대미술관의 이번 전시 강행은 나중에 돌아보았을 때 기민한 대처였다고 인정받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와 달리 위작으로 판명된다면 후폭풍을 감당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호기로움은 잠깐이다.
그러나 성급함은 오랜 후회를 부른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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