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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규 전 SKT 부회장 덕형포럼 강연 "반도체, 핵보다 강한 무기.. 中 꼼짝 못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08 19:33

수정 2017.03.08 22:24

삼성전자.SK하이닉스 세계 D램 시장 싹쓸이
중국 반도체 집중 투자.. 10년뒤에는 견제 필요
임형규 전 SKT 부회장 덕형포럼 강연 "반도체, 핵보다 강한 무기.. 中 꼼짝 못해"

한국 반도체 기술력은 세계 최강으로 꼽힌다.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대부분의 이익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싹쓸이하고 있다.

반도체산업 자체가 엄청난 기술력과 핵심인재, 자본력이 요구되는 산업인 만큼 국내 기업의 우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중국이 자국 내 거대시장을 발판 삼아 반도체산업 육성에 적극 투자하고 있어 10년 뒤에는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도체 전문가로 꼽히는 임형규 전 SK텔레콤 부회장(사진)은 8일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경남중·고 재경동창회 조찬모임 덕형포럼에서 '반도체산업과 한국 경제'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반도체 자체가 핵보다 더한 무기"라면서 "반도체는 단기간에 만들 수 없는 것으로, 중국도 반도체에 있어선 우리에게 잡혀 있다"고 말했다.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분야에선 인텔이 92%의 시장점유와 이익도 전부 쓸어가고 있지만 D램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47%, SK하이닉스가 27%의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전 세계 영업이익의 72%를 삼성전자가, 27%는 SK하이닉스가 가져가고 있다.

임 전 부회장은 "한국 반도체산업의 미래는 글로벌 경쟁우위 확보가 가능한 성장산업"이라며 "기술경쟁력이 핵심으로, 반도체 메모리산업에서도 서로 간 독립적인 기술이 100가지 있는데 이것을 모두 수준급으로 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10~20년 이상 숙련된 기술자들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승자독식 산업이 된다"며 "결국 어중간하면 필요없다. 여기에 중국이 도전하려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연간 20조원 규모의 반도체 물량을 한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중국도 10년간 1조위안(약 16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임 전 부회장은 당장 중국이 반도체에서 두각을 내긴 어렵겠지만 10년 뒤에는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 전 부회장은 "중국 자체로 내부에서만 반도체 물량의 20%를 소화할 수 있어 좀 못해도 자국기술을 지키고 기회를 줄 수 있다"며 "정부와 민간이 반도체 인력 육성을 하고 있는 이들을 모아 경쟁력 있는 집단으로 만들 주체가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산업은 중국이 국가적으로도 안 할 수 없는 산업"이라며 "아마 당장은 기술을 확보해야 하니까 10년간 힘들 것이다. 10년 뒤면 국내 반도체 업체는 위험하다"고 전망했다. 특히 임 전 부회장은 반도체산업이야말로 국내 대기업들이 잘할 수 있는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산업정책 중 벤처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하는 것을 각 분야에서 어떻게 더 잘해주느냐가 필요하다"며 "고만고만한 벤처보다 큰 기업들도 필요하다.
잘하는 쪽이 더 잘하게 해서 이익이 더 크게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전 부회장은 "반도체 메모리 미세화가 진행되고 있고, 최근 들어서 물리적 한계가 있다"며 "그래서 잘하는 기업은 살아남고 못하는 기업은 죽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경영시스템을 보면 반도체가 돈도 들고 시간도 오래 걸려 참 사업하기 어렵다"며 "인터넷 기업은 빨리 결과가 나오지만 반도체는 한번 시작하면 결과를 얻기 위해선 10년간 수십조원을 넣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