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재단 출연 강요로 기업 재산권 침해.. ‘중대한 파면 사유’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10 17:26

수정 2017.03.10 17:26

탄핵 쟁점별 판단은
비선 국정농단 법치주의 위반 세계일보 압력 여부는 불분명 세월호 책임도 탄핵사유 안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재단 출연 강요로 기업 재산권 침해.. ‘중대한 파면 사유’


헌법재판소가 10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것은 법률이나 헌법 위반행위의 중대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특히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 권한을 남용해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사익 추구를 지원해 대통령으로서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다고 판단했다.

■비선 국정농단 따른 국민주권주의.법치주의 위반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최씨에게 총 47회에 걸쳐 각종 연설문과 정책 및 인사 자료 등 공무상 비밀이 담겨 있는 문건을 e메일 등으로 전달한 것이 비선 국정농단에 따른 국민주권주의.법치주의 위반 탄핵소추 사유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최씨가 국정에 개입하도록 허용하는 등 사인에게 국정을 맡겨 헌법상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탄핵심판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능동적인 최씨 국정개입 허용 여부, 공무상 비밀누설 행위 해당 여부 등이 헌재 변론기간에 쟁점이 됐다. 헌재는 최씨에게 청와대 문건이 다량 유출되고, 최씨의 사익 추구를 위해 대통령이나 청와대 관계자가 나선 것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의 법 위반이 파면될 정도로 중대하다고 봤다.
박 전 대통령이 최씨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은 공정한 직무수행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씨가 인사나 국무회의 자료 등 각종 기밀문건을 받아보고 수정하거나 박 전 대통령의 일정을 조정하는 등 직무에 관여한 것도 박 전 대통령이 국가공무원법의 비밀엄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공무원 임면권 남용

헌재는 박 전 대통령 지시로 문화체육관광부 노태강 전 국장과 진재수 전 과장이 문책성 인사를 당했고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면직된 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로 문체부 1급 공무원의 사직서가 제출된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최씨의 사익추구에 방해돼 인사 조처가 이뤄졌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김 전 실장이 사직서를 제출받도록 한 이유 역시 분명치 않다고 판단했다.

■대통령의 권한 남용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출연한 행위가 박 전 대통령의 강요에서 비롯된 사실도 탄핵소추 사유다. 출연금의 전체 규모는 물론 기업들의 대략적 출연액까지 일방적으로 청와대가 결정했고 전국경제인연합회나 기업들과 협의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재단 임원 선출이나 조직 구성, 사무실 위치 등 세밀한 부분까지 최씨와 상의해 결정한 후 이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통해 일방적으로 전달했고 재단 설립 이후 사업과 인사, 운영 과정에 깊숙하고 광범위하게 개입했는지 여부도 쟁점이었다.

이에 대해 헌재는 미르.K스포츠 재단과 관련한 기금 모금이 박 전 대통령의 공정한 직무수행 의무를 위배해 파면사유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자윤리법 등 준수해야 하는 대통령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최씨의 사익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헌재는 기금 모금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기업 경영의 자율권을 침해했다고도 지적했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의 이 같은 헌법·법률 위반이 대통령직에서 파면할 정도로 중대하다고 봤다.

■언론자유 침해

'정윤회 문건'을 최초로 보도한 세계일보의 조한규 사장을 사임하게 하고 검찰 수사 및 세무조사를 벌여 추가 보도를 자제하게 한 데는 청와대의 조직적 관여가 있었다는 게 언론자유 침해 사유다.

특히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비망록 등을 근거로 보도 직후 박 전 대통령이 기초적인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외부로 문건을 유출하게 된 것을 '국기문란'으로 정의하면서 해당 문건의 외부유출 및 보도가 문제라는 취지로 발언한 점이 쟁점이 돼왔다.

하지만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언론자유를 침해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관여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건에 나타난 모든 증거를 종합해봐도 세계일보에 누가 구체적으로 압력을 행사했는지 불분명하다는 설명이다.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년 4월 16일 본관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아 생명권 보호 의무를 성실히 다하지 않은 것도 탄핵소추 사유다. 그러나 헌재는 '성실'의 개념은 상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탄핵소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재난상황이 발생했다고 해서 피청구인이 직접 구조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등 구체적이고 특정한 행위 의무까지 바로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

박 전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들을 만나 기업의 현안을 언급하며 정부가 민원을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한 것도 탄핵소추 사유에 해당한다. 기업들로 하여금 민원을 해결해주거나 적어도 불이익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하에 출연하게 함으로써 결국 뇌물을 수수했다는 것이다.
다만 뇌물수수, 형사법 위반과 관련해 헌재는 결정문에 구체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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