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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파랑은 언제부터 사랑 받았을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15 17:10

수정 2017.03.15 17:10

파랑의 역사 미셸 파스투로 / 민음사
[책을 읽읍시다] 파랑은 언제부터 사랑 받았을까?

성모 마리아의 베일에서 리바이스 청바지까지. 파랑이라는 단어는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색이다. 차갑고 우아해 많은 이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는 파랑은 언제부터 사랑받았을까.

사실 고대인에게 파랑은 크게 중요한 색은 아니었다고 한다. 오히려 로마인에게는 미개인의 색으로, 불쾌하게까지 받아들여졌다니 놀랍다. 세월에 따라 색의 가치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니 말이다.

중세 문장학과 서양 상징사 연구의 1인자로 꼽히는 저자는 다년간의 연구와 참고자료를 검토한 끝에, 서양에서 색은 역사적으로 '세 차례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고 말한다.

선사시대부터 이어오던 하양, 빨강, 검정의 3색 체제가 지나고 중세 봉건시대에는 하양, 검정, 빨강, 파랑, 초록, 노랑의 6색 체제가 성립됐다.

고대까지만 해도 파랑은 '보이지 않는 색'으로 치부되며 각광받지 못했고, 로마인에게 파랑은 '야만인의 색' '죽음의 색'으로까지 여겨지며 금기시됐다.

파랑의 가치가 변한 것은 로마제국 붕괴 후 중세가 시작되면서부터다. 유럽의 패권을 쥔 게르만족, 켈트족 등 새로운 왕국의 주인들은 고대 로마에서 숭배의 대상이 됐던 붉은색 못지 않게 파란색을 애용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성모 마리아와 제왕을 의미하는 색으로 쓰이기 시작하며 고대의 혐오색에서 숭배색으로 환골탈태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전환점은 인쇄술의 보급과 종교개혁이었다. 중세 말기부터 근세 초엽 당시 파랑은 종교개혁 등 파괴력이 센 역사적 사건을 겪으며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종교,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 앞에 파랑은 경건함과 검소함을 의미하는 검은색과 유사한 색으로 인정받게 된다.

세번째 전환점은 뉴턴이 스펙트럼 방식을 통해 색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획기적인 과학 발전에 힘입어 염색과 안료 분야에서 기술적 진보가 이뤄진 산업혁명 시기다. 이때 유럽에서는 낭만주의가 등장하면서 파랑의 위치를 다시 한번 격상시켰다. 이제 파랑은 야만인의 색도, 교회나 궁정의 전유물도 아닌 국가와 시민, '베르테르'와 '푸른 꽃'의 색채로 발돋움했다.
20세기에 들어서면 파랑은 '블루스'와 '청바지', 젊음과 자유를 상징하는 색이 됐고 우리가 살아가는 '푸른별' 지구의 색으로까지 받아들여진다.

이 책은 단순히 파랑의 변천사가 아니라 색채의 문화적.사회적 변화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못난' 파랑이 어떻게 현대인에게 가장 사랑받은 색으로 거듭났는지를 읽다보면, '색이 사회 현상이자 무엇보다 인간 그 자체'라는 말에 동의할 수 있을 듯하다.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