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번 망치질로 바위에 불어넣은 온기
돌을 쪼아 다듬고 이미지를 찾아내는 작업은 오랜 시간과 노동을 필요로 한다. 커다란 돌덩이가 사람의 얼굴이 되고 그 속에 미소를 담아내는 일은 참으로 신비한 일이기도 하다. 작가 전뢰진은 망치와 정으로 돌을 쪼아 만드는 전통적 조각방식을 고집한다. 신라시대 석공이 수천, 수만번 망치를 두들겨 탑에 정성을 담아냈듯, 전뢰진은 우리 전통성과 맥을 유지하며 그 때 그 마음을 담아 돌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다.
사실 전뢰진의 작품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삼성동 코엑스 앞에 커다란 그의 조각이 놓여있고, 청계천변을 따라 걷다보면 나오는 예금보험공사 건물 앞에도 그의 조각이 자리한다. 부산 영도의 태종대 공원에는 자살바위 근처에 따뜻한 어머니의 품을 새겨 놓았다. 그의 작품이 이렇게 대중에게 사랑받는 큰 이유는 작품에서 느껴지는 토속적이면서도 서정적인 감정에 있을 것이다. 나무, 아이, 새, 강아지 등 친근하고 따뜻한 소재들이 설화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동심의 세계를 담아내듯 표현되었다. 작품을 들여다보며 그 각각이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도 작품을 감상하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된다.
'선동(仙童)'은 환조 작품이다.
작품의 양면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 면에는 나무 밑 환한 미소를 머금은 아이의 모습과 곁을 따라다니는 강아지의 모습이, 그리고 뒷면에는 새가 날아가는 나무 밑에 바구니를 든 아이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길을 걷다 전뢰진의 작품을 발견한다면, 작품 주변을 돌며 그 속에 담겨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꺼내는 즐거움을 맛보시길 바란다.
김현희 서울옥션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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