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에는 충분히 잠을 자도 졸음이 쏟아지는 '춘곤증'에 시달리는 사람도 늘어난다. 춘곤증은 계절적 변화에 따른 생체리듬 변화로 인한 것이다. 봄이 오면 밤은 짧아지고 낮은 길어지면서 기온이 올라가게 된다. 겨울 동안 적응했던 우리 몸의 생체시계에 영향을 미치면서 과도기 중 하나로 춘곤증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봄에 피곤하다고 무조건 춘곤증으로 오해해서는 안된다.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김도훈 교수는 23일 "간혹 다른 질환의 초기증상도 춘곤증과 비슷하게 피로감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봄철 피로의 주요인이 춘곤증일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지만, 장기간 피로가 있을 때는 병원에 찾아가 정밀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춘곤증, 활동 늘어나면서 피곤
춘곤증은 의학계에서 공인된 병명이 아니다. '계절성 피로감' 또는 '봄철 피로증후군'으로 불린다. 특히 점심식사 후 나른하다고 해서 '식곤증'이라고도 한다. 시기적으로 봄철에 흔히 나타나는 일종의 계절병으로 나른하고 이유 없이 피곤하며 졸음이 자주 와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사람이 많다.
춘곤증의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낮이 길어지고 기온이 올라가는 등 계절적 변화에 생체리듬이 즉각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주요 원인으로 본다. 봄이 되면 자연히 활동량이 늘어나게 된다. 활동량 때문에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의 필요량이 증가하게 되는데 이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 생기는 영양상의 불균형이 춘곤증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또 점심식사를 끝내고 나면 소화기관으로 혈액이 몰려 뇌로 가는 혈액량이 줄어들게 되고 따라서 뇌에 공급되는 산소량도 줄어들게 되면서 더 졸음이 오게 된다. 봄에는 입학식, 졸업식, 입사식 같은 개인의 신상변화가 많은 시기이기에 이에 따른 심리적 부담감으로 인한 스트레스 축적이 춘곤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춘곤증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피로, 졸음, 식욕부진, 소화불량, 현기증 등을 들 수 있다. 또 코골이가 심할 경우 낮에 주간 졸림이 발생할 수 있어 춘곤증에 더 취약해지기 쉽다.
■6개월 넘게 피로 '만성피로증후군 '
춘곤증은 봄철에 나타났다 1~3주 내에 사라지는 일시적이고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피로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는 지속성 피로, 6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되는 경우에는 만성피로를 의심해야 한다. 피로감과 함께 기억력.집중력 장애, 인후통, 목, 겨드랑이 통증, 근육통, 다발성 관절통, 두통, 수면으로 회복되지 않는 피로, 운동이나 노동 후 심하게 나타나는 피로, 권태감 등의 증상 중 네가지 이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될 때 만성피로증후군이라 진단한다.
만성피로는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계속되는 야근, 압박감 등으로 직장인들이 많이 느낀다. 피로증상을 갖고 있는 환자들은 운동 후 심한 피로, 집중력 저하, 수면장애, 어지럼증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한다. 하지만 감염질환, 간이나 신장 기능의 이상, 당뇨병, 갑상선 또는 부갑상선기능 이상과 같은 내분비계 질환, 중추신경계의 장애나 수면장애 그리고 우울증과 같은 기분장애 등의 경우에도 만성피로와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질환을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피로는 일차적으로 만성피로 원인 질환에 대한 치료가 시행돼야 한다. 신체적인 활동을 지나치게 억제하는 경우에는 체력 저하로 오히려 피로가 더 심해질 수 있어 환자에 맞는 적절한 유산소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피로를 최대한 줄이는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이 중요하다.
■피로를 푸는 법은
춘곤증을 최소화하고 잘 이겨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평소 규칙적인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고 음주, 과다 흡연, 카페인 음료의 섭취 등을 자제해야 한다. 만약 밤잠을 설쳤거나 과로를 했다면 낮에 잠깐 토막잠을 자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춘곤증을 이기는 운동으로는 전체적으로 몸을 펴주고 늘려주는 스트레칭이나 체조가 좋고, 사무실이나 좁은 공간에서 벗어나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이 좋다. 운동은 가볍게 시작해서 점차적으로 강도를 높이는 것이 좋다. 또 단백질은 졸음을 쫓는 효과가 있어 낮에는 생선이나 육류를 위주로, 밤에는 당질이 풍부한 곡류나 과일, 야채, 해조류 등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만성피로가 지속되면 간건강을 체크해보는 것이 좋다. 간 기능 저하 초기에는 전신이 나른하고 피로회복이 잘 되지 않거나 변비, 설사,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간섬유화스캔검사기로 5~10분 정도 짧은 시간 내에 통증이나 부작용 없이 간의 굳기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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