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을 받은 여성에게 우스갯소리로 '원장님이 제2의 엄마'라는 말을 하곤 한다. 낳아 주신 어머니와는 별개로 새로운 얼굴로 다시 태어나게 해줬다는 의미다.
신사동에서 15년간 A성형외과를 운영한 베테랑 유 원장 역시 환자들에게 이런 말을 듣곤한다. 그는 "수술이 잘 됐다는 뜻이니 기분은 좋다"면서도 "낳아주신 부모님과 비교할 바가 못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 '의느님'이라고요? 천만에 말씀!
성형외과 의사들이 처음부터 척척 수술을 해내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전문의 취득 후 페이닥터 시절 수술에 참여해 본격적으로 일을 배운다. 페이닥터는 개인 병원을 열지 않고 다른 병원에 소속된 의사를 말한다. 마치 회사에서 신입사원이 사수에게 일을 배우듯 함께 수술에 들어간다. 상대적으로 경력이 오래된 원장이 인기 있는 이유다.
무엇이든 처음이 어려운 법. 한 번 수술을 잘 끝내고 나면 자신감이 붙지만, 얼굴을 다루는 정교한 일이다 보니 늘 힘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많은 의사들이 목 디스크와 허리 디스크를 달고 산다.
성형외과 의사들이 직접 성형수술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있더라도 많지 않은 편, 의사들끼리 서로 해 주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과정을 거친 성형외과 의사들은 하루에 몇 건이나 수술을 할까. 수술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강남역, 압구정, 청담동 등 성형의 '메카' 지역 개인 병원의 경우 하루 2~3회, 체인형 대형 병원의 경우 10명 이상의 페이닥터를 두고 쉴틈없는 수술이 이뤄진다.
■ 연예인보다 SNS 스타가 대세
예전에는 연예인 사진을 가져오며 '~처럼 해주세요'라고 말했다면 최근에는 소위 말하는 SNS스타들의 사진을 가져오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 원장들이 잘 모르는 얼굴이기에 환자들에게 누구냐고 물어보면 'SNS에서 유명한 사람'이라거나 '얼짱'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압구정 B성형외과 김 원장 역시 "누구나 다 아는 연예인들보다 그냥 인터넷을 돌아다니나 자신이 맘에 드는 얼굴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텔레비전에서만 예쁜 얼굴을 볼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 SNS 상에 연예인처럼 예쁜, 아니 연예인보다 더 예쁜 일반인들이 외모를 뽐낸다. 연예인에게 팬이 생기듯 SNS스타들도 수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인들이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얼굴은 덜 알려졌지만 예쁜 이들을 닮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 '강남 미인도' 언제까지
전문의들은 성형수술을 받아 똑같은 얼굴이 되어가는 세태를 풍자한 '강남 미인도'같은 얼굴은 계속나올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트랜드에 따라 일반적으로 '예쁘다'고 생각하는 얼굴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갸름한 얼굴에 큰 눈, 오똑한 코.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받더라도 이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성형수술을 받은 이들의 얼굴이 비슷할 수 밖에 없다. A성형외과 유 원장은 "무쌍꺼풀이나 남다른 광대가 사람에 따라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요즘 트랜드에 '예뻐졌다'고 말하는 조건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완전히 티가 나게 수술을 받은 경우가 아니면 의사들도 몰라볼 때가 많다. 척척 알아보는 사람도 있지만 워낙 기술이 발달해 길거리에서 사람을 보기만해도 다 알아볼 수는 없다고 한다.
A성형외과 유 원장은 사고로 얼굴 한쪽이 완전히 망가진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에게 재건 수술을 해 준 경험이 있다. 8시간이 걸린 대수술 이었다. 얼굴을 되찾은 여학생이 유 원장을 찾아와 감사의 인사를 전할 때 성형외과 전문의으로서 가장 뿌듯함을 느꼈다.
성형은 '마술'이 아닌 '수술'이다. 미용의 목적으로 통용되고 있지만 이처럼 성형은 신체의 어떤 부분을 고치거나 만든다는 재건의 의미가 강하다. 사전적으로는 "상해 또는 선천적 기형으로 인한 인체의 변형이나 미관상 보기 흉한 신체의 부분을 외과적으로 교정·회복시키는 수술"이라는 뜻이다. 전문의들 사이에서도 무조건 수술을 강행하기 보다 얼굴에 맞게 적정한 선을 유지하는게 추세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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