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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31일 대전시 대덕연구단지내 위치한 LG화학 기술연구원에서 만난 박진수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회사의 미래를 책임진 R&D 분야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표현했다. 이날 방문한 LG화학 기술연구원은 LG화학의 싱크탱크를 넘어 대덕연구단지 최대의 민간 기업 연구소답게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했다. 축구장 40배 크기인 30만㎡(8만7000평) 부지의 기술연구원 정문에 들어서자 넓은 잔디밭과 산책로로 둘러싸인 연못이 눈앞에 펼쳐졌다.
LG화학 기술연구원은 연못 옆에 위치한 지상 4층의 본관동을 비롯해 총 7개의 연구동으로 이뤄졌다. 각 연구동에는 생명과학연구소, 기초소재연구소, 정보전자소재.재료연구소, 배터리연구소, 중앙연구소 및 분석센터 등으로 나눠졌다. 대전 기술연구원에는 LG화학 전체 R&D 인력 5300명 중 70% 가까운 38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가 박사급 연구원들이다. 통상 6~7% 수준인 다른 민간 기업연구소들의 2배 이상이다.
■ "전기차 배터리 문제 한번도 없어"
이날 가장 먼저 세계 최고 수준의 차별화된 배터리 기술 현장을 엿볼 수 있었다. LG화학은 2차 전지 제조사로는 유일하게 화학 기반의 기업으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네비건트 리서치가 2015년 12월 발표한 배터리 제조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기술연구원 4연구동에서는 LG화학이 자랑하는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의 열수축 실험이 한창이었다. LG화학이 특허를 보유한 SRS 기술은 배터리 제조시 양극과 음극간의 내부단락을 방지하기 위해 분리막의 표면을 ‘세라믹 소재’로 얇게 코팅해 안전성과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기술이다.
180도의 가열기에 일반 분리막과 LG화학의 SRS 분리막이 적용된 전지를 올려놓고 1분간 비교하자 결과가 극명하게 갈렸다. 일반 분리막은 수축이 심하게 일어난 반면, SRS 분리막은 형질의 변화가 전혀 없었다.
LG화학 배터리연구소가 자랑하는 또하나의 기술인 '스택&폴딩(Stack & Folding)'도 직접 볼 수 있었다. 이 기술은 전극을 쌓고 접는 방식으로 내부 공간활용을 극대화해 충전 용량을 한층 더 개선시키는 LG화학만의 특허 기술이다.
이 연구원은 "LG화학의 배터리를 탑재한 친환경차량은 전세계 60만대를 넘어섰지만 단 한번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등 품질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독자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9월 기준 총 30여개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로부터 82개의 프로젝트를 수주해 누적 수주 금액이 36조원을 돌파했다"고 전했다.
■ 13만종 합성물질 축적..'바이오 심장부'
LG화학은 최근 팜한농(옛 동부팜한농)과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하고 바이오 분야도 R&D를 적극 키우고 있다. 기술연구원 1연구동에 위치한 생명과학연구소에서는 합성신약, 백신 및 바이오의약 분야에 대한 연구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1연구동 2층에 위치한 제품연구센터의 한 실험실에서는 작은 원통형 타정기들이 쉴새없이 알약을 제조하고 있었다.
윤덕일 제품연구센터 연구원은 “생산시설을 축소해놓은 이 공간에서 우리가 만든 의약품이 체내에 효율적으로 흡수될 수 있도록 약의 형태와 크기 등을 결정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타정기에서 제조된 알약들은 다음 단계인 코팅 작업으로 넘어갔다. 코팅은 타정들이 공기나 외부에 노출돼 약효가 떨어지지 않도록 알약들을 보호하고 약품에 따라서는 위나 장에서 분해돼 흡수되는 시간을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이어 합성신약을 연구개발하는 분석센터 지하 1층으로 이동하니 신약개발 후보물질 탐색 단계에서 합성된 수 많은 물질들을 보관한 ‘케미컬 라이브러리’가 자리했다. 김회숙 신약연구센터 연구원은 "합성신약은 무수한 종류의 화학 물질들을 합성하고 실험을 진행해 우리가 원하는 타깃에 효과를 보이는 물질을 찾는 과정"이라며 "케미컬 라이브러리는 그동안 LG화학이 신약개발을 위해 제조했던 13만종의 물질들을 보관하는 곳인데 신약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시키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박진수 부회장은 "팜한농과 LG생명과학을 합병해 바이오 전 분야에서 신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며 "바이오 사업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해 2025년에는 매출 5조원대의 글로벌 사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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