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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네이버 한성숙 대표의 절박함

서영준 기자
서영준 기자
"앞으로 구글, 페이스북 글로벌 기업과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쉽지 않은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 경쟁을 버티지 못하면 3년 뒤 어떻게 돼 있을까 고민이 크다."
지난달 28일 언론과 공식적으로 만난 한성숙 네이버 대표의 일성이다.

한 대표의 간담회를 취재하면서 머리속을 떠나지 않은 한 단어가 '절박함'이다.

네이버가 경쟁상대로 구글, 페이스북을 공개석상에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신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왔지만, 그동안 네이버는 글로벌 기업들과 정면 경쟁구도를 이상하리만치 자제해왔다. 그런데 이번엔 공개적으로 경쟁을 선언했다.

네이버는 그 정도 자신감이 붙은 것이다.

그런데 뭐가 그리 절박했을까? 명실살부 한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기업의 대표이사로 취임해 처음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민을 얘기해야 하는 한 대표의 입장은 뭘까?
사실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네이버가 구글, 페이스북과 경쟁에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일단 기업의 덩치나 기술력에서 엄연한 격차가 존재한다. 게다가 실리콘밸리와 서울의 거리 차이 만큼이나 유능한 인재들을 구할 수 있는 여건도 다르다.

그러나 네이버는 이제 구글, 페이스북과 경쟁을 피할 수 없다. 한국이라는 좁은 울타리 안에 있기에는 몸이 너무 커졌다. 울타리를 벗어나려고 보니, 집채보다 큰 덩치들이 즐비하다. 결국 한 대표 말대로 쉽지 않은 싸움을 해야 한다. 그러니 절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절박한 싸움에 나서야 하는 네이버를 보면서 다윗을 떠올린다.

네이버는 인터넷 포털로 시작해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됐다. 이 과정에서 골목상권 침해, 미디어 여론 독점 등 수많은 구설에 오르내렸다. 때문에 네이버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도 진행 중이다. 실제 정부 일각에서는 네이버 같은 인터넷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세계시장에서는 글로벌 ICT 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과거 상상 속에서만 가능할 것 같던 무인자동차는 자율주행차라는 이름으로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누군가의 집 세탁기에 이름이 붙어있던 AI는 이제 인간을 넘어서려 한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기술 발전을 선도하며 글로벌 ICT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다 미국 정부는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미국기업이 영토를 넓힐 수 있도록 각 나라의 규제 폐지를 지원하는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한다.

네이버를 보면서 다윗을 떠올리는 이유가 그것이다.
다윗이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골리앗에게 도전하려하자 이스라엘의 왕 사울은 자신의 갑옷과 칼을 내줬다. 물론 다윗이 갑옷과 칼을 받지는 않았지만, 사울이 다윗에게 준 메시지는 "내가 지원을한다"는 것 아니었을까.

그런데 네이버라는 다윗은 구글, 페이스북과 싸움을 앞두고 누구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힘든 싸움에 나서는 것 보다 더 절박한 것은 누구하나 마음이라도 지원하는 사람이 없는 것 아닐까 싶다. 물리적 힘을 보탤 수는 없지만, 지원의 마음이라도 보태줬으면 한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