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편한 구두, 42년간 오로지 그 생각만..
伊밀라노 명품거리에 올해 대리점 오픈 예정
伊밀라노 명품거리에 올해 대리점 오픈 예정

굽이 낮고 넓으며 밑창이 푹신해서 신기에 편안한 신발인 '컴포트화'의 대명사가 있다. 바로 '바이네르(VAINER)'다.
바이네르는 이탈리아의 구두 장인 바이네르 드피에트리가 1961년 구두회사 '코디바'를 창업한 뒤 자신의 이름을 따 명품으로 키운 브랜드다. 그러나 지금은 국내 브랜드가 됐다.
김원길 대표가 지난 1994년 창업한 '안토니오 제화'가 2011년 바이네르 브랜드를 인수했고 2015년 9월 '바이네르'로 사명도 바꿨다.
김 대표는 제화 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최종 학력은 중학교 졸업이다. 고향인 충남 당진에서 5남2녀의 셋째로 태어난 그는 1977년 중학교 졸업 후 당진 인근 서산 읍내에서 작은 구둣방을 하던 작은아버지 밑에서 구두 만들기를 시작했다. 남보다 덜 배웠지만 타고난 성실함으로 지금은 연매출 500억원의 제화업체 대표가 됐다.
경기 고양시 소재 바이네르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흙수저로 태어났기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면서 "어릴 때 부러워했던 금수저들이 최근엔 오히려 나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구두'를 만들겠다는 집념으로 42년간 구두 만들기 외길인생을 걸어온 김 대표는 올해 안에 글로벌 패션의 심장부 이탈리아 밀라노의 명품거리에 첫 대리점을 오픈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탈리아 대리점 오픈에 앞서서는 세계 최대 구두박람회인 '미캄'에 주력제품을 출품,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800억원으로 정했다. 지난해에 비해 60%나 높은 수준이다. 다소 지나친 매출 목표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김 대표는 "지난해 9개 대형 유통매장에서 철수했지만 매출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면서 "다소 공격적인 목표인 것은 맞지만 주문이 꾸준하게 몰려드는 것을 고려하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특이한 점은 이 회사에선 '불경기'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김 대표는 "불경기란 말은 우리 회사에서 금기어"라며 "세상 사람들이 우리 신발에 관심을 갖지 않을 때가 불경기다. 이는 외부환경이나 손님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제품을 잘못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괴짜다. 직원들과 여름이면 수상스키, 겨울이면 스키를 타러 다닌다. 심지어 이탈리아 출장길에 직원들을 대동하고 알프스에서 스키를 타고 오기도 한다. 본사 안마당엔 수상스키용 보트 여러 대가 자리하고 있다. 음식 솜씨는 수준급이다. 손님이 오면 제철 음식들을 대접하는 걸 즐긴다. 직접 회를 뜨고, 각종 음식을 차린다. 가끔은 작곡도 한다.
하지만 구두에 대해서 만큼은 철저하다. 아무리 돈을 싸가지고 와도 대리점을 내주지 않는다. 15년 이상 장기 근속자들에게만 대리점 운영권을 주고 있으며, 현재 전국에 18곳이 이렇게 운영되고 있다.
김 대표는 "함께할 수 있는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만 일을 같이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원칙은 철저히 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려운 일엔 발벗고 나선다. 장학회를 만들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나눠주고 있으며, 매년 5월이면 어르신들을 위한 효도 잔치를 펼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복지시설과 군 부대에 물품과 기부금들을 전하고 있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김 대표는 "이달 일산에 대형 프리미엄아웃렛을 오픈할 계획"이라면서 "기존 구두나 골프화 외에 워킹화도 조만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yutoo@fnnews.com 최영희 중소기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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