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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정책금융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17 17:14

수정 2017.04.17 17:14

[fn논단] 정책금융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대우조선해양의 회생을 위한 국민연금과 산업은행 간의 채무재조정안이 오랜 진통 끝에 타결되었다. 산업은행과 국민연금 모두에 부담스럽고 비판도 많이 제기된 사안이었는데, 어려운 상황에서 당사자들이 나름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기업구조조정과 관련된 시장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다시 한번 극명하게 노출시켰다. 오랜 기간 시장전문가들은 기업구조조정이 시장 중심의 상시적인 형태로 전환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시장은 무기력하기만 했다. 시장의 역할이 부재한 상황에서 금융당국과 정책금융기관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줄타기 묘기를 부리듯 어렵게 타협점을 모색해왔다.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대기업의 구조조정에 시장은 보이지 않았고, 일인극의 주연을 맡은 금융당국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롤러코스터 스릴러물로 국민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동안 국내의 기업구조조정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방식을 답습해 왔다. 그렇지만 사후약방문식의 대응전략은 효율성이 떨어지고 비용도 많이 든다. 병원에서 암진단을 초기에 받는 것과 말기에 받는 것은 생존가능성에 있어서 큰 차이를 가져온다. 치료비용에 대한 부담도 하늘과 땅 차이다. 아픈 기업에 대한 치료도 마찬가지다. 중증으로 악화되기 전에 수술대에 올릴 수 있도록 구조조정 방식이 상시적인 체제로 전환되어야 하며, 수술칼도 정부가 아니라 시장이 잡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체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사모펀드(PEF)의 역할 확대는 필수적인 사항이다. 경영성과가 떨어지는 기업들을 인수하거나 채권금융회사들로부터 부실채권을 인수하고,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위험감수 능력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데 가장 용이한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모펀드의 역할 확대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정책금융에 대한 구조조정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정책금융은 구조조정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대기업에 대해 지나치게 너그러운 측면이 있다. 고용안정과 지역경제 살리기라는 명분하에 반복적으로 공적자금을 집행해온 결과 정책금융기관이 최대채권자로 등극하는 현상을 자초했던 것이다. 대규모 기업구조조정 사안을 항상 정부가 주도하게 되었던 배경에는 정부가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부실대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 기회를 구축해온 관행이 자리잡고 있다. 기울어가는 기업에 자금을 지원할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기능을 바꿔야 할 것이다.

인구구조 및 산업구조의 고령화에 따른 저성장 기조로 인해 앞으로 아픈 기업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 구성원들이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데 의료시스템의 역할이 중요하듯 기업들이 건강한 경영활동을 하는 데 구조조정시스템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부주도형으로부터 시장주도형으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책금융의 역할도 부실해지는 대기업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수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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