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5년짜리 공약'으론 안된다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18 17:04

수정 2017.04.18 17:04

[차장칼럼] '5년짜리 공약'으론 안된다

5월 9일 대통령 선거는 유권자에게 불리하다. 후보는 많지만 공약과 비전을 검증할 시간이 짧아서다. 이른바 '공급자 우위'의 선거다. 일부 후보는 공약조차 모두 내놓지 않고 있다. 공약은 나중에 밝힐 테니 먼저 뽑아달라는 오만이다.

공약은 약속이다.
'막연한 기대'로 국가리더를 뽑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는 이 시대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 젊은 청년들이 일하며 출산하고 마음놓고 아이를 키울 수 있게 하는 일,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경제구조를 혁신하는 일, 공정한 경쟁이 통하는 사회를 만드는 일, 소득격차를 줄이는 일, 투명하고 형평성 있게 세금을 내는 일 등이다. 안타깝게도 지금껏 공약에선 긴 안목, 큰 틀의 국가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이 5년(임기 내)짜리 공약들이다. 재원조달 방안도 부실하다.

공약은 미래다.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공약은 몸에 해롭지만 맛있는 음식과 같다. 계속 먹으면 결국 탈이 난다. 선심성 공약에 혹해 갈등과 분열, 막대한 예산지출 등 유무형의 비용을 지금까지도 치르고 있다. 이번에도 후보들은 예산을 확장해 복지.보육 연금을 늘리겠다고 한다. 기초연금은 월 최대 30만원으로 올리고, 아동수당까지 주겠다고 한다. 수십만개의 공공일자리, 중소기업 취업 임금 보장 등과 같은 일자리 공약도 내놓았다. 연금은 계층 간 격차를 줄이는 안전망으로, 국가재정 확대는 경제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에 맞지 않으면 미래 세대에 짐이 된다. 인문학자 김경집은 최근 펴낸 책 '앞으로 10년 대한민국 골든타임'에서 "정치건 경제건 사회건 모든 것의 초점은 미래가치에 모아져야 한다. 그 가치의 핵심은 바로 청년들이 누려야 할 미래의 삶이어야 한다"고 했다. "답은 명쾌하다"면서 청년들의 미래에 투자하면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동의한다. 청년들에게 임시일자리를 제공하는 선으로 끝날 문제였다면 진작에 풀었을 일이다.

공약은 경청이다. 타협과 양보가 필요하다.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물러서야 한다. 그것이 리더이고 정부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내놓은 이민제한, 대(對)중국 경제보복 등 극단적 공약에서 사법부의 견제, 외교적 판단으로 한발 물러섰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얘기다. 과거 이명박정부는 임기 내 4대강사업에 예산 22조원을 쏟아부었다. 홍수예방.수자원 보호라는 명분하에 4대강을 한꺼번에 파헤쳐 콘크리트 둑을 쌓는 토목공사를 했다. 이걸로 일자리 30만개를 만드는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다. 과욕이었다. 우리는 이때부터 패러다임 변화를 준비하지 못한 '잃어버린 10년'을 시작했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 명언이 있다. 대선이 20일 앞이다.
여태껏 공약을 완성하지 않은 후보는 대통령 후보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럽다. 제대로 봐야 할 때다.
정치는 참여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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