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의 '우주 대전'은 냉전기의 미국과 옛 소련 간 경쟁을 방불케 한다. 그간 민수용 로켓과 군사용 미사일을 연계한 우주개발 국가 전략에서는 중국이 낫다는 국제적 평가를 받았다. 반면 순수 과학기술적 측면에선 일본이 앞섰다는 게 중론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상업시장을 겨냥한 위성 발사횟수 실적을 늘려가자 일본도 아연 긴장하고 있다. 그래서 위성 추락 등 뜻밖의 사고가 발생하면 정부가 일부를 지원해주는 법안까지 만들며 벤처기업의 우주투자를 촉진하려는 것이다.
우리의 두 이웃 '공룡' 간 우주 경쟁의 이면엔 군사적 포석도 당연히 깔려 있다. 우주.군사기술은 동전의 앞뒤 면이기 때문이다.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장거리미사일과 위성을 탑재한 로켓 발사 기술은 본질에서 종이 한 장의 차이도 없다. 더욱이 우주기술은 산업적 전후방 연관효과도 매우 크다. 로켓의 맨 윗부분이 초고열에 견딜 수 있도록 하는 단열재는 이제 흔히 일반 주택용으로도 쓰인다. 외과 의사들도 요즘 우주에서 쓰던 다관절 로봇기술을 응용한 치료기를 사용 중이지 않나.
십수년 전 미국의 첩보위성은 북한 금강산댐의 작은 구멍을 탐지해 냈다. 일본도 이에 필적할 식별능력을 갖춘 첩보위성을 쏘아올린 지 오래다. 이에 맞서 중국은 톈저우 1호에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생식세포로 분화시키는 실험 재료와 장비를 탑재했다. '우주 식민지' 시대를 내다본 셈이다. 이에 비해 걸음마 수준이라 할 우리의 달 탐사계획은 초장부터 차질을 빚었다. 재작년 국회가 알량한 예산 410억8000만원을 전액 삭감하면서다. 요즘 우물 안 경쟁에 여념이 없는 대선 후보들이 미. 러에 중.일과 인도, 유럽연합(EU)까지 가세한 '우주 열국지'를 들여다보고는 있는지 궁금하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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