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이구순의 느린걸음

[이구순의 느린 걸음] ‘여기어때 해킹’을 둘러싼 안타까움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26 17:14

수정 2017.04.26 17:14

[이구순의 느린 걸음] ‘여기어때 해킹’을 둘러싼 안타까움

야놀자, 여기어때 같은 숙박 온라인.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가 나왔을 때 무릎을 탁 쳤다. 누구나 불편을 느끼지만, 어디 가서 대놓고 얘기할 수 없는 바로 그 대목을 사업으로 짚어줬구나 싶었다. 온라인 회원가입 한 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숙박 O2O서비스는 참 많은 사람들이 이용했다.

해킹사고가 났다. 99만여명이 숙박업소를 예약하고 결제한 기록이 고스란히 해커의 손에 넘어갔다. 해커들은 입수한 개인정보로 "△△일 ◇◇모텔에서 즐거우셨습니까?" 같은 섬뜩한(?) 문자메시지까지 보낸다고 한다.


여기어때를 향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불쾌한 문자메시지 피해를 본 이용자뿐 아니라 정부도, 언론도 온통 여기어때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쏟아낸다.

사실 O2O라는 게 개인정보를 밑천으로 하는 사업이다. 이용자는 민망함이나 불편함을 해결하는 대가로 개인정보를 지불한다. 그러니 O2O 기업은 이용자의 개인정보 관리가 제일 중요한 일이다. 여기어때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대로 간수하지 못해 해킹사고를 당했으니, 비난을 피해갈 길은 없다. 고난도의 해킹도 아니었다니 더더욱 호되게 혼나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 자꾸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여기어때는 왜 개인정보 보호 투자에 소홀했을까. 사실 국내 보안서비스는 그다지 시장이 활성화돼 있지 않다. 수많은 보안기업이 경쟁하면서 가격도 내리고, 사용자의 필요에 맞춰 서비스 종류도 여럿 만들어줘야 하는데 보안서비스 시장 자체가 변변치 않다. 돈에 쪼들리고 당장 마케팅과 영업에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들이 보안투자를 '다음 순서'로 미뤄둘 수밖에 없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보안투자에 소홀한 스타트업만 쥐어박을 일은 아니지 않을까 싶다. 여기어때를 쥐어박는 데만 정신이 팔려 보안서비스 시장의 단출함에 대한 문제 제기와 대책 마련에는 손놓고 있는 것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

여기어때 사고가 이제 막 꽃을 피우려는 O2O산업을 얼어붙게 하지나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진하게 남는다. 이미 인터넷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자신이 O2O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적어넣은 개인정보를 어찌하면 좋은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O2O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급성장하는 산업이고, 스타트업들이 창업하기 좋은 아이템이다. 그런데 여기어때 해킹사고를 비난하느라 O2O산업 전체를 불신에 빠뜨리고 결국 성장하는 산업군 하나를 잃게 되는 것 아닐까 안타깝다.


여기어때에 대한 비판과 정부 제재는 반드시 엄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스타트업도 쉽게 골라 쓸 수 있는 보안서비스 시장을 만들고 O2O산업 전체를 매도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그것이 스타트업 창업과 육성을 강조하는 정부와 여러 협회들의 몫이 아닐까 싶다.

cafe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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