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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혁명이다

최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08 10:48

수정 2017.05.0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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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종암 엑셈 대표

- 인간을 벗어나 환경 스스로가 학습하는 세상
조종암 엑셈 대표
조종암 엑셈 대표

인간은 도구를 만들면서 신체적인 한계를 극복해왔다. 비행기를 만들어 하늘을 날고 잠수함을 만들어 바다 깊이 탐험을 하면서 세계를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지금까지 인간은 학습 능력을 통해 지구를 지배해왔는데, 이제는 환경이 스스로 학습하는 수준까지 기술이 발전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사람과 환경의 학습과 판단 능력이 서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진화함으로써 인간의 학습 능력이 무한대로 발전하는 토대가 마련됐다고도 볼 수 있다. 뇌가 만드는 세상을 외부로 확장하는 기술 덕분에 4차 산업혁명에서 사이버 물리 세상이 가능해졌다.

산업혁명은 수공업을 자동화했으며, IT 혁명은 정신 노동을 자동화했다.
이제 머신러닝이 등장해 자동화 자체를 자동화할 시점이 도래하고 있다. 물리적인 경계를 넘어서 논리적인 분야에서도 인간을 도울 수 있는 강력한 능력 덕분에 인공지능 부문은 4차 산업혁명에서도 가장 각광 받는 분야 중의 하나다. 그 중에서도 빅데이터를 사용해 기계가 학습하는 머신러닝이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페드로 도밍고스는 저서인 '마스터 알고리즘'에서 다음과 같이 보편 타당한 알고리즘인 마스터 알고리즘의 개념을 설명한다.

“세상의 모든 지식, 즉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지식은 단 하나의 보편적 학습 알고리즘으로 데이터에서 얻어낼 수 있다. 나는 이 머신러닝을 마스터 알고리즘(master algorithm)이라 부른다.”

즉, 풀고자 하는 문제의 맥락에 맞춰 알고리즘을 매번 새로 개발하는 대신 실제 수집한 데이터와 정보만 넣으면 우리가 원하는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어떤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알고리즘을 개발한다면 마치 마스터키와 같은 프로그램의 완성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아직까지는 일부 분야에서만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여느 기술 부문과 마찬가지로 점점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현재 구글이 만든 알파고는 바둑만 둘 수 있지만, 알파고의 기본 아이디어를 차용해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복잡한 게임도 프로 선수와 대적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시켜 나가는 모습을 보면 조만간 컴퓨터가 만능 게임 선수로 탈바꿈하는 놀라운 현실을 목도하게 될지도 모른다.

마스터 알고리즘은 기호주의자, 연결주의자, 진화주의자, 베이즈주의자, 유추주의자라는 다섯 종족으로 나눠져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이를 통합해 궁극적인 알고리즘으로 발전하는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기호주의자는 기호를 조작해서 얻는 능력에 기반하며 의사결정트리와 규칙의 모음 형태로 지식을 축적한다.

연결주의자는 두뇌를 모사해서 다중 퍼셉트론을 구성하는 이론에 기반하며 역전파를 통해 가중치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학습한다.

진화주의자는 유전 알고리즘에서 적합성 함수를 통해 여러 변종을 만들어 가장 뛰어난 프로그램이 살아남는 방법으로 학습한다.

베이즈주의자는 조건부 확률과 통계에 기반하며 수학적으로 원인과 결과를 학습하고 추론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유추주의자는 유사성과 차이점을 구분하는 기준을 수학적으로 만들어 자동으로 군집과 분류가 가능하게 만드는 방법을 제시한다.

알고리즘을 두 가지 이상을 결합해 머신학습 능력을 강화하는 방식을 앙상블이라고 부르며, 최종적으로는 이 모든 알고리즘을 통합하는 원대한 목표로 향해가고 있다.

구글이 오픈소스로 공개한 머신러닝 프레임워크인 텐서플로우는 CNN/RNN으로 연결주의자 알고리즘을, k-means와 SVM으로 유추주의자 알고리즘을, 몬테카를로와 베이지안으로 베이즈주의자 알고리즘을 지원하고 있다.

학습 능력을 높이기 위해 SVM으로 선행 처리한 데이터를 CNN으로 학습시키거나 거꾸로 CNN으로 처리한 결과를 다시 SVM으로 구분하는 앙상블도 텐서플로우를 사용하면 어렵지 않게 구현할 수 있다.

IBM 왓슨은 의사결정 트리를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기능을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통계학적인 방식으로 질문에 대한 해답을 탐색한다. 이미 일상적으로 흔히 접할 수 있는 챗봇, 금융 분야의 로보 어드바이져, 음성 비서(애플 시리나 아마존 알렉사)와 같은 다양한 서비스에 마스터 알고리즘을 구성하는 여러 알고리즘이 단독으로 또는 결합한 형태로 깊숙이 침투했으며 점점 응용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


모든 기술 발전 단계마다 항상 인간성 상실이라는 비판이 따라다녔다.

스마트폰이 개인적으로 소비 가능한 미디어와 오락거리를 제공함으로써 같이 식사하는 시간마저 사람을 고립시킨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요즘에는 누구에게나 권장하는 책조차도 심지어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힌다는 누명을 뒤집어 썼었다는 사실을 미뤄볼 때 어떤 신기술이 등장하더라도 초기에는 공포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인공지능 기술 발달로 인해 환경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자.

그 대신 인간다운 삶을 위한 더 나은 환경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주목하자. 인공지능 기술 덕분에 우리의 능력이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4차 산업혁명은 피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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