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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진실한 마음, 잘생긴 외모… 어떤 사랑을 택할 건가요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08 16:52

수정 2017.05.08 16:52

연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춤을 추는 록산느와 크리스티앙을 멀리서 시라노가 바라보고 있다.
춤을 추는 록산느와 크리스티앙을 멀리서 시라노가 바라보고 있다.

"청소년극은 청소년만 보아야 할까? 청소년극의 경계와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국립극단이 서울 청파로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중인 연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는 청소년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청소년극이라고 하니 중고생만이 보아야 하는 연극인가 싶었지만 이에 대한 편견은 극이 시작되고 3분도 되지 않아 깨졌다.

지금껏 청소년극이라고 하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적인 내용이거나 청소년과 관련된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형태의 극이 일반적이었기에 "이 극에서는 얼마나 계도적인 내용을 담고 있나"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극은 단지 사랑과 우정에 대한 이야기일뿐이다.
물론 차별점은 있다. 좀 더 경쾌하다는 것. 그래서인지 국립극단에서는 극의 제목 앞에 청소년극이라는 타이틀 뿐 아니라 '낭만활극'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에드몽 로스탕의 희비극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각색한 이 공연은 원작에서 시라노를 비롯해 뭇 남성들3의 사랑을 받았던 여성 '록산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 과정에서 록산느는 남성들의 선망을 받는 수동적인 여성성에서 벗어나 자신이 감정에 충실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여성으로 변모했다. 원작의 기본 스토리를 따라 충실하게 극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야기를 풀어가는 중심축이 바뀌면서 기존의 스토리와는 새로운 차원의 성장 스토리가 펼쳐졌다.

차분하기 보다는 밧줄과 봉을 타는 발랄한 록산느 덕에 시라노와 크리스티앙, 드 기슈의 사랑이 더욱 밝게 그려진다. 어릴 적부터 동네 오빠로 록산느 곁을 지키며 남몰래 그녀를 사랑해온 시라노는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로 사랑을 말하지 못하고 록산느가 호감을 갖고 있는 꽃미남 크리스티앙과 맺어질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자처한다. 외모만 꽃일뿐 언변이 확 깨는 크리스티앙을 위해 록산느에게 보낼 편지를 대필해주며 사랑의 마음을 접지 못한다.

소위 금수저인 젊은 장교 드 기슈는 자신이 가진 권력과 재력을 통해 록산느에게 구애하지만 록산느의 거절에 대한 분노로 시라노와 크리스티앙을 전장에 보낸다. 포화 속에서도 편지를 통해 시라노는 사랑을 고백하고 이를 크리스티앙이라 착각한 록산느는 전장 가운데까지 그들을 만나러 찾아온다.
이 과정에서 처음에는 사랑의 경쟁자였으나 짙은 우정을 나누게 된 세 남자의 모습도 돋보인다.

"인간다운 삶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세대와 세대를 잇는 청소년극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김성제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장의 말처럼 이번 연극은 청소년극이라는 타이틀의 한계를 넘어 청·장년이 보기에도 유치하지 않은 작품성을 보여준다.
또 청소년을 둔 부모가 있다면 함께 보고 토론을 하기에도 적합하다. 공연은 21일까지.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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