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고양이에게 숯가루 치료?… ‘동물학대’ 논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10 18:58

수정 2017.05.10 22:24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카페 아동학대 논란 폐쇄 불구
반려동물에 자연치유 요법
기존 글.사진 SNS 떠돌아.. 복지부, 경찰에 고발키로
고양이에게 숯가루 치료?… ‘동물학대’ 논란

최근 인터넷 카페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이하 안아키)가 아동학대 논란으로 폐쇄된 가운데 이 곳에서 동물학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약물치료나 예방접종 대신 자연치유를 표방하는 안아키의 일부 회원들이 아이 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에게도 안아키 요법을 적용했다는 글이 올라왔다는 것이다. 의사 표현이 어려운 반려동물을 상대로 한 이 같은 행위는 학대가 아니냐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안아키를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고양이에 숯가루 먹이고 비법 공유도

극단적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안아키는 10일 현재 폐쇄된 상태지만 안아키에 올라왔던 사진과 글이 캡처된 상태로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공유되고 있다.

반려동물에 안아키 요법을 적용한 것으로 보이는 자료도 포함돼 있다.

자료에 따르면 A씨는 키우던 강아지 2마리가 싸우면서 상처 난 부위에 밴드로 붙여주고 붕대를 감아주니 3일여 만에 어느 정도 회복이 됐다며 안아키를 알게 돼 좋았다고 경험담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에 달린 댓글 내용은 더 충격적이다.

한 회원은 "저희 고양이도 다쳤는데 숯가루 먹이고 빨간약 발랐더니 잘 아물었는데 숯가루 아니었으면 죽지 않았을까 싶다"며 "작년에 강아지가 장염으로 죽었는데 숯가루 먹였으면 살지 않았을까 아쉽다"고 말했다. 다른 회원이 관심을 보이자 해당 회원은 "먹이에 (숯가루를) 뿌려주니 고양이가 잘 먹더라"라고 비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또 다른 회원 역시 "저희 고양이가 어제부터 식음을 전폐하더니 탈이 난 게 아닌가 싶어 숯을 좀 먹였다. 입 주변이 검게 돼서 너무 귀여웠다"며 "상태 봐가면서 좀 더 먹이든지 해야겠다"고 전했다. 안아키 일부 회원들은 카페에서 공고한 식용 숯가루를 동물치료에서도 일종의 만병통치약처럼 여기고 있었던 셈이다.

■"의료행위 아닌 동물학대"

수의사와 동물단체 관계자는 이 같은 행위가 반려동물 건강에 도움은 커녕 해만 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재영 한국고양이수의사회 회장은 "숯가루는 흡착 능력이 있어 오히려 변비를 유발할 수 있다"며 "숯가루를 설사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투약하는 것 자체가 의료행위를 떠나 동물학대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정확한 병 원인이 뭔지도 모르는데 섣부른 조치를 하는 사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조기에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우성훈 동물학대방지연합 간사는 "동물보호법 제7조 2항에는 '소유자 등은 동물이 질병에 걸리거나 부상당한 경우 신속히 치료하거나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권고조항일 뿐 처벌조항은 아니어서 이런 행위를 법적으로 단속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병원에서 불필요한 치료를 권하고 덤탱이를 씌운다는 생각에 자가진료를 하는 사람이 있는데 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면 검증된 방법을 통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자가진료 중 일부가 효과를 본 사례도 있지만 부작용으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어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안아키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안아키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며 "동물학대 의혹에 대해서는 처음 접하는 얘기인데, 경찰 수사가 확대되면 밝혀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