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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폐지·통폐합에 우울한 스승의 날

취업률.경쟁력 강화 취지로 재학생과 대학 간 갈등 심화
전과 속출에 자퇴생 발생도 일부 학과는 법적대응 방침
15일은 제 36회 스승의 날. 그러나 폐과된 대학의 학과 학생과 교수들은 우울하기만 하다. 특히 전국 대학가에서 학과 폐지, 통폐합이 속출해 재학생과 대학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데다 폐과가 확정된 일부 학과에서는 재학생들이 전과(轉科) 움직임을 보이거나 자퇴생까지 발생하고 있다.

14일 대학가에 따르면 올 3월 부산 경성대학교는 무용학과, 교육학과, 정치외교학과, 한문학과 등 4개 과를 폐지했다. 대학측은 내년도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면서 올 2학기부터 해당 학과 재학생들에게 전과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방침이다.

■자퇴생 속출, 법적 대응까지

그러나 재학생의 반발은 거세다. 전과 방침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아닌데다 2학기부터 당장 저학년 학생 중심으로 전과 움직임이 나타나 과가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학생은 "학과가 갑자기 폐지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데 신입생들이 전과까지 하면 과가 풍비박산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무용학과에서는 "학과 폐지에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며 학교를 상대로 법적대응까지 나설 방침이다. 반면 경성대 측은 "학과폐지는 절차대로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폐과가 확정되면서 비전임교수들은 정년을 보장받는 전임교수와 달리 수업이 줄어 즉시 해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시간강사는 "정년을 보장받은 교수들은 학교 차원에서 수업을 보장한다는 지침이 있었지만 시간강사에 대한 구제 방침은 전혀 없다"며 "2학기부터 수업이 줄어 들 수 있지만 불이익을 받을지 몰라 아무런 말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충남 천안 연암대학교 역시 올 4월 뷰티아트학과, 외식학과의 신입생 모집 중단을 확정했다. 학교 측은 입학생이 점차 줄어 농축.바이오 특화 학교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학과 학생들은 "일방적인 폐과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뷰티아트학과 재학생 A씨(21)는 "재학생 100여명이 학교 설립 기업을 찾아가 시위를 벌이기도 했으나 결국 신입생 모집 중단 통보를 받았다"며 "학생들의 의견 청취 없이 과를 없애는 것은 배울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입생 입장에서는 입학 1개월 만에 과가 폐지되면서 자퇴하는 학생까지 나타나고 있다. 다른 학생 B씨는 "교수들도 불만이 있지만 불이익 우려 때문에 드러내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며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혼란상태"라고 전했다. 학생들은 학교를 상대로 모든 수업비를 면제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통폐합 가속화… 신입생 통합 선발도

올 들어 대학 내 학과 통폐합 움직임도 가속화 되고 있다. 서울 동덕여자대학교에서는 인문대학 소속 '국문과'와 '국사학과'를 '한국문화전공'으로 통합하려 하자 재학생들이 본관 점거 등 극렬한 반발 끝에 학교 측이 이달 초 통폐합 안을 철회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5년 한해 동안 456개의 학과가 폐과 혹은 통폐합됐다. 인문, 사회, 예체능 계열이 대부분이다.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대학이 취업률 위주로 평가받으면서 학과 폐지, 통폐합 등으로 대학 차원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학과 선택 없이 신입생을 통합선발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입학 후 원하는 과를 선택하도록 한다는 취지지만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인기 학과'를 자동 퇴출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한 대학 학생 유모씨(27)는 "대학생들은 학문의 가치를 보고 입학해 공부하지만 학교는 단지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학과를 없애려 한다"며 "대학이라는 교육 기관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학생과 교수들의 의견 반영 없이 대학당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