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부당 대기발령' 구제신청 후 후속인사로 정상업무..法 "구제신청 각하돼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24 16:29

수정 2017.05.24 16:29

근로자가 부당한 대기발령을 이유로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내 사측과 공방을 벌이는 와중에 사측이 대기발령 상태를 해소하고 후속 인사를 통해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게 했다면 당초 구제신청은 각하돼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1992년 ㈜오리온에 입사해 부산의 한 영업소 소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2015년 1월 전국 영업소장 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업무평가에서 최하위를 받았다. 회사는 한달 뒤 A씨를 같은 영업부 내 채권관리팀으로 발령(직군전환)한 데 이어 다시 한 달 뒤 본사 영업인력팀으로 전보 발령을 냈다.

인사발령 후 회사로부터 업무 및 컴퓨터와 전화기 등 업무에 필요한 장비도 제공받지 못한채 급여는 기본급만 지급받은 A씨는 인사발령이 '부당한 대기발령'이라며 2015년 4월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그러자 회사는 같은 해 5월 부산의 다른 영업소 영업사원으로 인사발령(이하 후속인사)을 단행했다.



2015년 6~7월 지방노동위원회에 이어 중앙노동위원에서도 A씨의 구제신청이 받아들여지자 오리온은 "A씨에 대한 인사발령을 부당 대기발령이라고 결정한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중노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인사발령은 더 이상 영업소장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A씨를 적절한 자리로 배치하기 위해 이뤄진 만큼 대기발령이 아닌 전보발령으로 봐야 한다는 게 오리온의 주장이었다.

1심은 우선 A씨에게 업무에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도 제공되지 않았고 후속인사 전까지 3개월 넘는 기간 사무실에 출근해 대기만 하다가 퇴근하는 생활을 반복해야 했던 사정들을 고려할 때 회사가 내린 각각의 인사는 명칭과 상관없이 '대기발령'에 해당한다고 봤다.

1심은 그러나 "후속인사로 정상근무를 수행하고 있는 A씨에 대해 중노위가 지노위의 부당 대기발령 구제명령을 유지하는 판정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며 오리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낸 구제신청은 대기발령 전 직무를 회복하는 것이 아닌 대기발령 상태 자체를 해소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며 "후속인사에 따라 대기발령 상태가 해소된 상태에서는 더 이상 소송을 통해 구제할 이익이 없는 만큼 중노위는 지노위의 초심을 취소하고 A씨의 구제신청을 각하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각하는 소송의 이익이나 당사자 적격 등 적법한 소송의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을 때 심리를 거치지 않고 소송을 종결하는 것을 말한다.

1심은 다만 A씨가 후속인사 전까지 기본급만 지급받은 것과 관련해서는 "급여가 삭감되는 불이익을 받은 것은 임금 청구소송 등 민사절차를 통해 해결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중노위는 항소했지만 2심 역시 1심이 정당하다며 항소를 기각했고 상고를 포기하면서 판결은 최근 확정됐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