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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알파고 2.0와 4차 산업혁명-조종암 엑셈 대표

최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23 13:17

수정 2017.05.2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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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암 엑셈 대표
조종암 엑셈 대표

2016년 3월 9일에 인공지능 역사상 가장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지금까지 인간이 만든 가장 심오한 게임인 바둑에서 컴퓨터가 세계 최정상급의 프로 기사인 이세돌에게 불계승을 거두는 장면을 보면서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 이후 벌어진 경기에서 이세돌은 뛰어난 지략으로 한 판을 가까스로 이겼을 뿐, 결국 알파고의 벽을 넘지 못했다.

1997년 5월에 IBM의 딥 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인 카스파로프에게 승리하고 나서 거의 20년만에 바둑까지도 인공지능 컴퓨터가 인간을 압도해버리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강력해진 인공지능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바로 오늘 23일부터 27일까지 바둑의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저장성(중국 전설에 따르면)에서 'The Future of Go Summit'이라는 이름을 걸고 인간과 기계 사이의 2라운드 대결이 벌어진다.

인간 대표는 바둑 제 일인자인 커제이며, 기계 대표는 알파고를 개선한 알파고 2.0이다.


이세돌과 대국을 지켜보면서 알파고를 누를 수 있다고 장담한 커제이지만, 대다수 바둑 전문가들은 알파고 2.0의 압승을 예상할 만큼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다.

알파고 2.0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부분은 기존 알파고와는 달리 인간의 기보를 보지 않고 스스로 학습했다는 점이다.

바둑의 기본적인 규칙만 알고 있는 상태에서 스스로 대국을 두면서 성장했기 때문에 인간의 바둑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스승이 없이 학습하면 기존에 확고하게 다져진 지식을 처음부터 다시 습득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지만, 놀라운 연산 성능을 갖춘 컴퓨터에게는 이런 제약은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인공지능은 빅데이터, 즉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토대로 학습이 이뤄져야 제대로 동작한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만일 소량의 데이터만으로 자가 학습이 가능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인공지능이 인간의 직관과 유사한 뭔가를 갖춰 자체 경험을 통해 학습할 수 있다면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마스터 알고리즘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진다.

데이터에서 알고리즘을 만들어내는 능력에서 규칙만으로 알고리즘을 만들어내는 능력으로 발전할 경우 학계와 산업계에 미치는 여파는 상상을 초월한다.

느리지만 주의 깊게 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생물의 진화와는 달리 기술은 한번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브레이크 없이 전방위에 걸쳐 빠르게 진행되는 특성이 있다.

알파고와 알파고 2.0을 만들면서 축적된 기술은 여러 가지 부문으로 급속히 전파되는 상황이다.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의 모회사인 구글 알파벳의 개발자 대회인 구글 I/O 2017에서 구글은 'Mobile first to AI first'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모바일 지원을 넘어서 자사의 모든 제품에 인공지능을 탑재한다는 야망을 밝혔다.

구글 검색엔진 자체의 강화와 함께 언어 번역기 품질 향상, 목소리를 인식해 의미 파악, 이미지에서 자동으로 추출된 텍스트에 대한 실시간 번역과 같은 여러 가지 기능 개선은 이미 실제 제품에 반영되어 있으며, 인공신경망 기법이 도입된 이후 한국에서 구글 번역 서비스 사용률이 6개월 만에 75%이상 증가했다는 성과도 발표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에서 알파고를 중심으로 하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궁극적으로 구글은 4차 산업혁명에서 어떤 지위를 차지하고 싶을까? 구글은 인공지능을 수학과 컴퓨터 전문가들의 전문적인 기술에서 누구나 사용 가능한 환경으로 탈바꿈하려 시도하고 있다.

구글이 최근 발표한 google.ai와 강력한 하드웨어 학습 환경인 클라우드 TPU는 바로 이런 움직임을 대변한다. 현재 신경망을 설계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학습을 위해 강력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신경망이 또 다른 신경망을 구축할 수 있게 만들고 이 마스터 신경망을 이용해 우리가 필요한 신경망을 자동으로 생성한 다음에 강력한 클라우드 자원을 빌려서 학습시킬 경우 어려운 문제를 쉽게 풀어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해 인간의 숨겨진 역량을 발굴하는 동시에 기계와 인간의 공진화를 통해 공감과 직관을 살리는 정말 인간다운 인간과 물리적으로 강하며 방대한 데이터 처리에 뛰어난 인공지능 기술이 조화롭게 협력하는 모델이 중요하다.

앞에서는 알파고 2.0과 커제와의 대결에 초점을 맞췄지만, 정말 흥미로운 행사는 26일에 열리는 복식 경기다.
구리 9단과 알파고 팀이 롄샤오 8단과 알파고로 이뤄진 팀과 맞붙는다고 한다.

인간과 컴퓨터가 번갈아가면서 수를 두는데, 인간과 컴퓨터가 밀접하게 협력해서 기존에 볼 수 없던 어떤 환상적인 경기를 펼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뭔가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나가는 과정에서 인간의 창의력을 한층 더 강화시켜 준다는 측면에서 인공지능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확실하게 자리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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