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보전해주는 변동직불금 규정상 1조4900억 못넘어
작년에도 초과분 77억 삭감.. WTO 상한액 조정 먼저 해야
작년에도 초과분 77억 삭감.. WTO 상한액 조정 먼저 해야
문재인 대통령의 '쌀 목표가격 물가연동제' 공약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과 상충될 수 있어 공약(空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쌀 수확기 평균가격이 목표가격에 미달할 경우 그 차액의 85%에서 고정직불금(㏊당 100만원)을 뺀 나머지를 변동직불금으로 지급한다. 목표가격이 높을수록 쌀 재배농가가 받게 되는 변동직불금은 더 많아진다.
문제는 WTO가 우리 농업보조금 상한액(AMS)을 1조4900억원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정부가 쌀 재배농가에 더 많은 변동직불금을 지급할 재원이 있더라도, 총액이 1조4900억원을 넘어설 경우 정부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게 된다.
2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생산된 쌀값(수확기 산지 80㎏ 기준)이 1년 새 15만659원에서 12만9711원으로 폭락하면서 정부가 지급해야 할 쌀 변동직불금은 1조4977억원까지 늘었다. 그러나 정부는 77억원이 삭감된 1조4900억원만 지급했다.
쌀 변동직불금은 정부가 시장가격보다 비싼 값에 쌀을 구매해주는 추곡수매제를 2005년 폐지하면서 도입했다. WTO는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 따라 한국의 농업보조금 상한액을 1조4900억원으로 설정한 바 있다. 이를 어길 시 우리 정부가 WTO에 제소될 수 있고 패소할 경우 타 산업에서 관세 보복을 당할 수 있다.
결국 물가연동제에 따라 농가소득이 늘어나기 위해선 WTO의 농업보조금 상한액을 조정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는 셈이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쌀 목표가격 물가연동제에 대한 야당 의원의 질문에 "쌀 목표가격 물가연동제는 지금부터 연구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자는 쌀값 대책에 "재정부담도 커질 것이고, 그런 농정이 바람직한지 고민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다만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 2005년 쌀 변동직불금 제도를 시행했지만 지난 2008년과 2011년부터 2013년에는 수확기 평균가격이 목표가격보다 높아 발동되지 못했다"며 "목표가격이 물가에 연동해 상승한다면 농가가 변동직불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는 셈이다. WTO 규정에 따른 한계는 있지만 물가연동제가 의미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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