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핀테크 혁신이 금융 소외층 양산할수도"

이주열, 금융협의회서 지적
ATM기 바이오인증 적용해 포용적 금융으로 기여 가능
집값 관련 가계부채 동향 등 예의주시 필요성도 강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오른쪽 세번째)가 2일 서울 소공동 한은 본관에서 열린 시중 은행장들과의 금융협의회에 참석해 가계부채 동향, 기술혁신에 따른 금융소외 계층 양산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일 기술혁신이 오히려 고령층 등 금융소외 계층을 양산할 우려가 있는 만큼 이들을 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주택가격 급등에 따른 가계부채 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 본관에서 시중은행장들과 금융협의회를 열어 "핀테크 등 금융거래에 첨단기술을 접목할 때 소외계층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기술혁신의 큰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며 "금융부문에서도 핀테크 기술혁신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이에 대한 부작용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금융에 소외당하는 계층이 양산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핀테크 상품 출시와 비대면 거래 확대 등 새로운 금융서비스 트렌드는 고령층이 적응하기 어렵다"며 "디지털 기술의 확산이 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얻었지만 그 활용도가 높아질수록 금융소외 계층을 양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계층간 격차를 확대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회적 배려 차원에서 바람직할 뿐 아니라 금융기관이 고민하는 새로운 수익구조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 총재는 설명했다.

이날 참석한 윤종규 KB국민은행장도 "노인들은 비밀번호를 자주 잊어 현금입출기(ATM) 사용을 어려워한다"며 "바이오 인증을 도입하면 함께 하는 '포용적(inclusive) 금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이 총재는 지난 1일부터 '글로벌 경제 및 금융의 도전 과제'라는 주제로 진행 중인 한국은행의 국제 콘퍼런스를 언급하며 "인구 고령화와 포용적 성장과 고용, 구조개혁과 지속가능한 성장방안이 주제로 다뤄지고 있는데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 과제다"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특히 주목받는 이슈로 '포용적 성장'을 꼽았다. 그는 "세계적으로 계층 간 소득 격차가 확대되면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이슈"라며 "세계화와 급속한 기술혁신이 이런 격차 확대를 초래한 원인 중 하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회의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지만 최근 실물경기가 예상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다만 최근 서울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주택가격 상승세가 여타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어 현재 가계부채 동향에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한편, 이날 금융협의회에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윤종규 국민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이경섭 농협은행장, 김도진 기업은행장, 최종구 수출입은행장, 박진회 씨티은행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등이 참석했다.

[e-mail] 김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