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조금씩 나아지면서 사글세가 점차 자취를 감췄다. 월세나 전세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사글세와 월세는 차이가 많다. 사글세는 따로 보증금을 내지 않는 대신 계약 때 1년 또는 10개월분 월 임대료를 일시불로 선납한다. 일시불로 낸 임대료에서 매달 일정액을 공제한다. 월세는 보증금을 별도로 맡기고 매달 얼마씩 임대료를 따로 낸다.
무주택 서민들이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한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부모들은 자녀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면 월세살이를 한사코 말렸다. 월세살이에서 탈출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평생을 월세로 전전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가 싶더니 요즘에는 그마저도 하늘에 별따기다. 저금리 때문이다. 금리가 절반으로 낮아지면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으로 누리는 이자수입도 그에 비례해서 줄어든다. 집주인들은 금리수입을 유지하기 위해 전세보증금을 올렸다. 서울의 20평형대 아파트 전세금이 4억원 안팎이다. 지난 수년 사이에 두배 이상으로 올라 집값의 70~80%에 달하고 있다. 세입자들은 전세가 좋지만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할 길이 없어 월세로 갈아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에 사는 30대의 거의 절반이 월세를 산다고 한다. 서울시가 8일 발표한 '2017년 서울서베이 도시정책지표 조사'에 담긴 통계다. 이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31.3%가 월셋집에서 살고 있다. 전세 비중은 26.2%로 월세가 전세를 앞질렀다.
전세는 부동산 임대차와 금전 대차가 혼합된 형태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제도라고 한다. 월세가 전 세계의 보편적인 부동산 임대차 방식이다. 그러나 전세가 월세로 바뀌는 것이 왠지 반갑지만은 않다. 월세살이에 대한 선입견 탓일까.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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