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중앙은행들 금 매입, 18년만에 최고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규모가 18년만에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안전자산 수요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중앙은행, 국부펀드, 연기금 등 국가 투자기관들의 순 금 보유 규모가 지난해 377톤 증가한 3만1000톤으로 추산됐다고 보도했다.

750개 국가 투자기관들이 운용하는 자산 33조5000억달러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 담당자인 공식통화금융포럼(OMFI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다나에 키리아코폴로는 국가 기관투자가들은 '안전자산'으로서의 수요와 가격 상승의 혜택을 보기 위해 금으로 몰려들었다고 분석했다. OMFIF는 각국 중앙은행이 모여 만든 포럼이다.

키리아코폴로는 "지난해에는 정치적 불안정성이 상당히 높았다"면서 "브렉시트와 트럼프라는 엄청난 정치적 충격이 있었고, 이는 투자자들을 금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연말께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지난해 6월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11월 미 대선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빚으면서 금 값은 폭등한 바 있다.

강달러에 따른 금 수요도 가격 상승에 일조했다.

세계금협회(WGC)의 시장정보 부문 책임자인 알리스테어 휴이트는 "중앙은행들과 공공기관들이 수년간 전략 금 보유를 늘려왔다"면서 특히 지난해에는 달러 강세에 따른 헤지 수단으로 국가 기관투자가들의 금 매수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달러는 지난해 영국 파운드에 대해 15% 상승하는 등 고공행진을 했다.

휴이트는 "상당수 신흥시장 중앙은행들이 막대한 규모의 미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이처럼 단일 통화에 집중된 상황을 헤지하기 위해 금을 사들여 왔다"고 지적했다.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면 외환보유액이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안전자산인 금을 사들여 헤지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OMFIF에 따르면 러시아, 중국, 카자흐스탄 중앙은행이 지난해 가장 많은 금을 사들인 중앙은행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공공 기관투자가들의 금 수요를 부추긴 것은 정치적 불확실성이라고 OMFIF는 분석했다. 세계 경제가 안정을 찾아가고는 있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미 대통령부터 유럽, 중동에 이르기까지 세계 정치 상황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어 언제 경제가 뒤흔들릴지 알 수 없다.

트럼프는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증언으로 휘청거리면서 임기를 끝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고조되고 있다.

영국은 테리사 메이 총리의 야심찬 조기총선이 뜻밖의 일격을 당하면서 집권 보수당의 재집권 여부도 불확실해질 정도의 혼란을 불렀다. 다음주 시작될 EU와 브렉시트 협상도 어디로 튈지 알 수 없게 됐다.

지정학적 불안은 올해에도 국가 기관투자가들의 금 수요를 부추길 전망이다.

OMFIF 조사에 따르면 향후 12개월간 연기금, 국부펀드, 중앙은행이 우려하는 최대 요인은 지정학적 위기다.

한편 중앙은행을 비롯한 국가 기관투자가들은 앞으로 2년 동안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부동산, 재생가능에너지 등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릴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공공부문이 보유한 자산은 지난해 연기금 수익성이 높아지면서 1.3% 늘었고, 특히 유럽 공공 투자기관들은 보유자산이 3.2% 증가해 가장 높은 수익성을 보였다.

세계 최대 공공 투자기관은 여전히 중국인민은행(PBOC)으로 보유자산 규모가 3조달러에 이르렀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는 북해유전을 갖고 있는 노르웨이 석유펀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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