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33차례 '청년' 외친 文대통령 "특단의 대책 없이는 청년의 인생 잃을 것"

김은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우리의 미래인 청년… 청년들의 고단함… 일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지금의 청년세대…"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에서 펼친 첫 시정연설의 핵심은 '청년'이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반대하는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그는 국민 모두의 문제인 일자리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강조하면서 그 최우선순위가 청년에게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일자리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의 절절한 사연을 전하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한 문 대통령은 처참한 청년 고용시장의 현실을 통계로 꼬집었고 유일한 해법으로 일자리 창출을 제시했으며 추경을 통해 실현해낼 일자리 창출 방안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시급한 상황-친절한 설명-절박한 호소'로 요약된다는 청와대의 설명이 딱 들어맞았다.

■일자리 44번·청년 33번 언급
이날 30여분간의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청년'을 33번 언급했다. 일자리(44번)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일자리 추경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청년이 단연 핵심이었다.

그는 추경안의 목적을 설명하며 "우리의 미래인 청년에게 최우선 순위를 뒀다"고 단언했고, "일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지금의 청년세대를 두고 '부모세대보다 못사는 첫 번째 세대'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현실을 꼬집었다. 또 "청년 일자리는 자식의 문제이자 부모의 문제"라며 취업준비생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의 안타까움에 공감했고, "특단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으면 우리는 한 세대 청년들의 인생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추경이 청년세대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국민'은 24번, '정부'는 20번으로 뒤를 이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는 국민에게 생명이며 삶 그 자체"라며 국민의 삶이 고단한 근본 원인을 일자리에서 찾았고, 이를 해결할 주체가 정부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버틸 힘조차 없는데 기다리라고 할 수는 없다. 국민이 힘들면 지체 없이 손을 내밀어야 한다"며 "그게 정부고 그게 국가라는 판단으로 편성한 예산"이라고 이번 추경을 규정했다.

정부가 주체가 돼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생각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일자리정책을 제1 국정과제로 세운 문재인정부의 묵직한 책임감도 읽힌다.

■국회에 손내밀며 "함께 하자"
국회의 협조를 구하기 위한 연설인 만큼 '국회'도 17번 반복했다. 열악한 일자리 현실이 드러난 사연을 전한 문 대통령은 "우리 정치의 책임임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고 "제대로 맞서는 것이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함께 팔 걷어 부치고 나서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함께 합시다"라는 연설 말미의 핵심 구절을 비롯해 '함께'라는 단어가 8번 등장한 것도 협치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지점이다.

국회를 대하는 문 대통령의 태도는 때로는 유연했고 때로는 강경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우리 모두는 방법론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들기가 우리 경제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공감대를 형성했고, 국회가 환경미화원을 직접 고용한 사례를 들어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선도적인 노력은 국회가 먼저 시작했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대응할 여력이 있는데도 손놓고 있는다면 정부의 직무유기고 나아가서는 우리 정치의 직무유기가 될 것"이라면서 야당을 강하게 압박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다만 인사청문 정국 등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조속한 국정 정상화를 위한 국회의 협력을 부탁드린다는 일반론적 발언만 있을 뿐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주제를 흐릴 수 있는 인사청문회나 정부조직법 개편 등을 언급하지 않고 추경에만 집중하는 것이 국회에 대한 예의"라고 설명했다.

■시정연설에도 녹아든 '감성'
이번 연설에서도 문 대통령의 감성적 접근이 눈에 띄었다. 시각적 보조자료인 프레젠테이션을 띄워뒀다는 점도 같은 차원이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활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미지와 그래프, 핵심 단어가 담긴 총 22장의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준비했다. 특히 면접을 기다리는 구직자, '잘 지내지'라는 문구가 적힌 한강 다리의 난간, 손에 화상을 입은 소방관, 눈물을 흘리는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 구조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의 장례식장 등이 담긴 슬라이드는 보는 이를 뭉클하게 했다. 또 통계청 조사결과와 추경 예산의 기대효과 등을 그래프로 보기 쉽게 그려냈고,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사업·국채발행·증세 없는 이른바 '3무(無) 추경' 등 강조하고 싶은 문구를 흰 글자로 또렷하게 새긴 것도 눈길을 끌었다.

이는 감성적인 이미지와 간결한 문구로 설득력을 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박수현 대변인은 "추경이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메시지 전달 효과를 극대화할 방안을 찾은 것"이라며 "대통령과 청와대의 국회와 국민을 향한 적극적이고 진정성 있는 소통방식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은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