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세탁방, 현대판'동네 빨래터'로 진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4 17:21

수정 2017.06.15 14:11

까페형 세탁소 인기몰이 1인 가구 커뮤니티 공간 포스트잇 게시판도 등장
#. 서울 망원동에 거주하는 프랑스인 디자이너 바티스트씨(32)는 집 인근의 카페형 빨래방을 자주 이용한다. 이 빨래방은 세탁기 4대를 갖춘 세탁실과 함께 카페공간이 마련돼 빨래하는 동안 커피를 마시며 필요한 작업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바티스트씨는 이곳을 찾는 이유로 '일(work)과 자리(seat)'를 꼽았다. 세탁물을 돌리면서 원하는 작업을 하거나 편히 앉아 쉴 수 있으니 일석삼조다. 지난 13일 이곳에서 만난 바티스트씨는 "시끄럽지 않고 여유롭게 두가지 일을 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며 빨래가 끝나고도 한참을 앉아있었다.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형 빨래방에서 세탁을 이용객들이 세탁을 기다리며 삼삼오오 자리에 앉아 얘기꽃을 피우고 있다. 사진=오은선 기자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형 빨래방에서 세탁을 이용객들이 세탁을 기다리며 삼삼오오 자리에 앉아 얘기꽃을 피우고 있다. 사진=오은선 기자


1인 가구 시대를 맞아 무인 세탁소,이른바 빨래방도 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세탁만하던 장소에서 휴식과 모임 등 커뮤니티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옛날에 빨래터가 동네 아낙들의 커뮤니티 장소였던 것을 감안하면 카페형 세탁소는 1인 가구 시대가 만든 '현대판 빨래터'인 셈이다.

■빨래하며 일하고 동네친구도 사귀고

서울 용산의 한 카페형 세탁소는 13일 평일 낮시간인데도 찾는이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6대의 세탁기가 풀가동됐다. 세탁실 옆의 소규모 까페에서는 커피를 마시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이들이 있는 가하면 다 된 빨래를 차곡차곡 개는 이도 눈에 띄었다.

대학생 김모씨(24)는 "일반 코인세탁소와 다름없어 보이지만 세탁기를 돌려놓고 공부를 하기도 하고, 친구와 맥주를 마시기도 한다"면서 "혼자살기 때문에 세탁이 처리해야할 일처럼 느껴졌었는데 이곳을 이용한 이후로는 친구와 놀러 오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며 즐거워했다.

직장인 이모씨(31)도 이 곳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1인가구의 외로움을 달랜다. 가까운 곳에 사는 친구와 카페형 세탁소를 즐겨 찾는다는 이씨는 "세탁은 굉장히 개인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에서 일상생활을 나누니 가족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카페형 세탁소를 운영하는 이현덕씨(32)는 이런 손님들의 반응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평일 50팀, 주말엔 100팀 이상 손님이 찾는다"며 "세탁 뿐 아니라 동네사람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포스트잇으로 동네소식 공유도

세탁소가 커뮤니티 역할을 하는 건 카페형 세탁소만이 아니다. 서울 휘경동의 한 코인 세탁소는 포스트잇을 이용해 이용객끼리의 소통이 한창이다. 본래 목적은 직원이 상주하지 않는 코인세탁소 특성상 사장과 소통하기 위한 것이지만 최근엔 동네 게시판 처럼 활용되고 있다.

김모씨(26)는 "빨래를 하는동안 포스트잇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관심있는 내용이 적혀 있을 땐 댓글을 달기도 한다"고 말했다.
동네의 맛집 소개부터 빨래 항목별 세제 추천까지 그 내용도 다양하다. 김씨는 "포스트잇을 읽으면 전부 모르는 사람들인데도 친근감이 든다"면서 "가끔씩 포스트잇을 통해 분실물을 찾아주기도 하는데 '우리 동네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따뜻해진다"며 웃었다.


포스트잇 게시판을 운영하는 또 다른 세탁소 이용객 박모씨(32)는 "세탁소가 세탁에 그치지 않고 동네 사람들과 대화의 장이 되는 것 같아 신기하다"며 "평소에 생각해본 적 없던 '공동체 의식'이 생겨난다"고 말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