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허브 런던 ‘일자리 엑소더스’ 임박
EU, 유로 청산결제소 이전 법률 초안 공개
"금융안정 위한 최후 수단" 유로존 국가로 이전땐 일자리 8만3000개 사라져
유럽연합(EU)이 최후의 경우 런던에 있는 유로 청산결제소를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내로 이전하는 내용이 담긴 법률 초안을 마련했다. 유로 청산결제소가 사라지면 런던은 8만3000개 일자리와 매일 1조5000억달러(약 1686조원) 규모의 금융거래를 잃게 된다. 영국의 금융허브 기능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CNN머니 등 외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런던에 있는 유로 청산결제소가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담긴 법률안 초안을 공개했다.
초안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EU가 유로 청산결제소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가져야 하며, 불가능하다면 청산결제소를 유로존 내로 이전토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초안에 따르면 브렉시트 이후 EU 감독기구가 상황을 면밀히 조사해 유로존 안으로 청산결제소를 옮겨야 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만약 런던에 있는 주요 유로 청산결제소들이 감독기구의 결정을 따르기를 거부하면 이들과 거래하는 유럽 은행들에 추가 자본 비용을 물리게 된다.
모든 유로 청산결제소가 그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EU 외부 지역에서 움직이는 대규모 또는 금융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청산결제소가 대상이며 이들은 현장 점검과 감독기관의 금융계정 접근 등 강도 높은 감독을 받아야 한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럽증권시장국(ESMA)이 어떤 청산결제소가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대상인지를 규정하게 되며 이전이 결정되면 12~18개월 안에 이전에 나서야 한다. 법률 초안은 EU 각 회원국들의 동의와 유럽의회의 승인을 받으면 시행된다. 다만 영국이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영국은 EU가 법률을 통해 브렉시트 이후 무조건적인 유로 청산결제소 이전을 강제할 것을 두려워해왔다. 런던 유로 청산결제소 이전은 영국을 떨게할 만큼 막대한 파급력을 갖고 있다.
최대 유로 청산결제소 가운데 하나인 런던증권거래소(LSE)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로 청산결제소가 유럽 대륙으로 이전하게 되면 런던의 금융 일자리 8만3000개가 사라진다.
청산결제소의 직접 고용인원은 수백명에 불과하지만 청산결제소라는 인프라를 공유하는 금융일자리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보험, 주식, 자산운용 등 거의 모든 금융사들이 청산결제소와 거래를 하기 때문에 결제소가 사라지면 더 이상 런던에 머물 이유가 없어진다.
유로 청산결제소에서는 상품, 파생상품 등 매수자와 매도자 간 유로표시 상품 결제를 위해 하루 1조5000억달러가 움직인다.
이는 런던의 핵심 금융부문이다. 유로 청산결제소 덕에 수조 달러의 파생상품 거래가 런던에서 이뤄지고, 자본과 금융전문가들을 런던으로 자석처럼 끌어들인다.
그러나 브렉시트로 인해 지난 50년간 런던이 누려왔던 이같은 지위가 위태롭게 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브렉시트 이전에도 유로 청산결제소 이전을 모색해왔다. 2015년에는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제소하기도 했다. 패소한 뒤 항소하지 않았지만 브렉시트로 영국이 EU에서 떨어져 나갈 예정이어서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유럽은 다만 수익 높은 사업을 빼앗으려는 것이 아니라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유지하는데 목적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전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EU 금융담당 집행위원인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는 "EU 최대 금융센터(런던)가 EU를 떠난다는 사실에 따라 조정을 해야 한다"면서 "런던에서 이뤄지는 유로 청산결제의 상당한 비중을 감안할 때 어떻게 앞으로도 금융안정성을 지켜나갈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청산결제소 이전은 '최후의 수단'이라면서 ECB 같은 유럽 감독기구들이 영국 당국과 '이중 감독' 시스템으로 시장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그 때에야 취해질 조처라고 밝혔다.
돔브로브스키스는 "법률 제안 목적은 사업 이전 그 자체에 목적을 둔 사업 이전이 아니라 금융안정성을 담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송경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