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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법관회의, 사법행정권 남용 추가조사 결의..사법부 관료주의화 '제동'(종합)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고양=조상희 기자】전국 법원의 '판사 대표'들이 19일 한 자리에 모여 사법행정권 남용 방지책과 판사회의 상설화 등 사법개혁을 위한 방안을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건의했다. 특히 각급 법원 대표 판사들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관련해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가 미흡하다며 추가 조사를 결의했다. 대법원장에게 부여된 막강한 사법행정·인사권을 견제, 사법부 관료주의화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으로, 사법개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8년만의 법관 대표회의..대법원장 견제장치 모색
전국 법원에서 선발된 대표 판사들은 이날 경기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 3층 대형 강의실에 모였다. 임용 29년차인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58·14기)부터 올 2월 법원에 들어온 차기현 서울중앙지법 판사(40·변호사시험 2회)까지 총 100명의 판사가 참석했다. 전국 규모의 판사회의는 지난 2003년 서열에 따른 대법관 제청에 판사들이 집단 반발하면서 처음 열린 이후 2009년 신영철 전 대법관의 촛불집회 재판 개입 논란 사법파동 때 개최된 바 있다.

비공개 회의에서는 이성복 수원지법 부장판사를 의장으로 선출했고 의안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이 판사는 2009년 '촛불 파동' 때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을 맡아 신 전 대법관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회의에서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 평가와 책임소재 규명, 유사 사태 재발방지책, 법관회의 상설·제도화 등 크게 4가지 안건이 순서대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관회의 상설·제도화는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사법행정·법관인사 등 권한을 분산시키는 일종의 견제장치다. 사법연수원 한 관계자는 “법관회의 상설·제도화는 대법원장이 사실상 독점한 사법행정·인사권에 대해 일선 판사 의견을 전달하는 통로로 보면 된다”며 “제도화될 경우 사법개혁의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사법부 불랙리스트' 추가조사 결의
회의에서는 특히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 결과가 미흡하다고 보고 추가조사를 결의했다. 송승용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사법행정권 남용행위의 기획과 의사결정, 실행에 관여한 이들을 정확히 규명하고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추가 조사 시행을 결의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판사는 “법관 1인은 하나의 독립된 사법부인데도 인사·예산 및 사법제도연구에 관한 사무 등 법원행정처에 많은 권한이 쏠려 일부 상명하복 등 관료주의화 폐단이 나타났다”며 “사법부 독립은 청와대나 외부가 아닌 자체적으로 극복하는 것이 옳은 만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사태는 법원 내 최대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사법부에 비판적인 설문조사를 하고 관련 학술대회를 계획하자 소속 판사에게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가 '행사를 축소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당초 부당지시를 한 것으로 지목됐던 임종헌 당시 행정처 차장은 직무에서 배제된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인복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한 진상조사위는 그러나 임 전 차장이 아닌 학술단체 전 회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55·18기)이 일부 부당지시를 내린 사실을 확인했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사법부에 비판적 입장을 개진해온 판사들의 정보를 이른바 '블랙리스트'처럼 정리한 자료가 있다는 의혹이나 대법원장의 연관성에 대한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결론지었다.

[email protected]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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