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욱기의 삶이 있는 얘기-(9)AI 사전대응이 우리 경제에 주는 영향
닭은 참 고마운 동물이다. 계란과 그 고기로 허기에 지친 우리 인간을 달래주는 동물이다. 김이 모락모락 솟는 계란찜은 주당이 속을 풀기에 잘 찾는 음식이다. 삶은 계란은 골프장 그늘집에서 골퍼족들이 즐겨 찾는다. 프라이는 직장인들의 아침 간식으로 애용된다.
닭 살코기는 또 어떤가? 백숙으로, 치킨으로 인간의 미각을 돋구는 안성맞춤의 식재료가 된다. 주말이면 가족들이 치킨집으로 가는 것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야구를 보면서 맥주를 마시면서 먹는 치킨 맛은 먹어본 사람이면 다 안다.
최근 한 치킨 체인 프랜차이즈업체가 가격을 한꺼번에 2000원 올렸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조사를 받고 철회한 것은 치킨가격 인상에 분노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기폭제가 됐으리라 믿는다.
이렇게 인간을 위해 온몸을 받치는 닭을 비롯한 가금류들이 큰 시련을 겪고 있어 안타깝다. 여름철이면 어김없이 발병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그것이다. 한 번 발병하면 정부 당국은 발병 지역 내 닭들을 모두 '살(殺) 처분'한다. 우리말로 하자면 병든 닭들을 모두 죽이는 것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고병원성 H5N8형 AI'로 확진된 농장은 제주 6곳, 부산 기장군 2곳, 전북 군산시 2곳, 익산시 3곳, 완주군 1곳, 전주시 1곳, 임실군 1곳, 경기 파주시 1곳, 경남 양산시 1곳, 울산 3곳 등 총 21곳이다. 신고된 곳은 이보다 더 많아 양계 농가의 걱정은 태산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AI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살아있는 가금류(닭·오리 등 집에서 사육하는 조류)의 유통을 지난 12일부터 초복(7월12일) 직전인 25일까지 전면 중단키로 했다.
그동안 AI 때문에 20만마리의 닭이 살처분 당했다. 예방차원에서 죽임을 당한 닭까지 넣는다면 희생당한 닭의 숫자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다. 이는 곧 계란과 닭고기 공급의 감소를 뜻한다. 여름철 삼계탕 등을 판매하는 외식업계와 계란을 주재료로 카스테라를 만드는 제빵업계 등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초복을 한 달 앞두고 발생된 AI로 외식업체는 비상이 걸렸다. 초복은 연중 국내에서 닭이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시기다. 국내 닭소비량의 30~40%를 차지하는 대목이다. 그래서 외식업체와 단체 급식을 하는 기업들은 닭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한다.
제빵업계는 다른 이유에서 이번 AI 사태를 예의주시한다. 계란 수급이 차질을 빚으면 원가상승으로 실적이 나빠질 것으로 걱정한다. 카스테라 등 계란을 많이 사용하는 상품은 생산이 타격을 입어 결국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수출도 급감했다. 올들어 5월까지 닭고기 수출물량은 135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1854t)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베트남과 홍콩 등 한국산 닭고기 수입국들이 수입을 금지한 탓이다. 이 뿐이 아니다. 10년을 공을 들여 겨우 시작한 삼계탕의 중국 수출도 사실상 중단됐다. 삼계탕 중국 수출은 2006년부터 추진됐지만 검역과 위생 문제 때문에 지난해 6월에야 문이 열렸다. AI로 수출 확대는 물거품이 됐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고 걱정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왜 우리나라에선 AI가 맹위를 떨치는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이유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우리나라가 회원국으로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를 읽어보면 그 원인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OECD는 최근 'AI 등 가축질병 대응을 위한 OECD 정책권고'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이 AI와 구제역에 취약한 것은 축산 영농인의 역학 지식 부족과 가축 사육 밀도의 지나친 과밀, 살처분 보상구조의 비합리성, 은폐문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필자는 이 가운데서 높은 사육밀도가 참담한 결과를 낳고 있다고 의심한다. 작은 공간에 닭과 가축을 몰아서 사육하는 풍토가 전염병 발병 시 더 쉽게 퍼지는 이유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OECD도 "농지 부족으로 한국의 가축사육 밀도가 지나치게 증가했다"고 했다. 농가당 사육하는 닭은 1995년 928마리에서 2015년 5319마리로 크게 늘어난 것을 보라. 농가가 20년 사이에 양계장 면적을 늘렸다고 가정한다고 해도 과연 다섯 배 이상 늘어나는 닭이 편히 살만한 공간을 제공했을지는 의문이다. 닭들은 몸도 제대로 옴직이지 못할 만큼 비좁은 양계장에서 전염병이 발생하면 문자 그대로 떼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농민의 전염병에 대한 낮은 인식과 낮은 신고율, 낮은 살처분 보상가는 그 다음 아닐까.
AI와 구제역 발병에 따른 대규모 살처분에 따른 축산위기, 계란파동 등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후대책보다는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 축사와 양계장 면적을 늘리고 환경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은 그 첩경일 것이다. 그리고 IT 기술을 활용해 가축과 닭 등 가금류의 건강 상태를 효과적으로 측정해 위험을 미리 방지하는 빅데이터 시스템을 설치한다면 예방 성과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농가 피해를 줄이는 길이기도 하지만 인류를 위해 희생하는 닭을 비롯한 가금류와 가축 등 동물 복지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김욱기 한화그룹 사장
[email protected] 전용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