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동복지

제초제도 뿌려야 하는 초등 체육강사…“노동보다 힘든 건 인격모독”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2 17:58

수정 2017.06.22 17:58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갈월동 전국학교 비정규직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학교 비정규직 직종별 현장 사례 발표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갈월동 전국학교 비정규직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학교 비정규직 직종별 현장 사례 발표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학교 화원에 제초제를 뿌리는 일까지 했습니다” “노동보다 힘든 건 인격모독입니다”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열악한 근무 실태가 공개됐다. 이들은 그동안 설움과 울분을 털어놓으며 고통을 호소했다.

22일 서울 용산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전국학교비정규직 직종별 현장 사례발표 기자간담회’에서는 학교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다양한 사례가 소개됐다.

학교 비정규직은 교육활동을 하는 기간제 교원과 시간제 강사, 행정 및 교육지원을 담당하는 교무보조·조리사·돌봄전담사 등을 말한다.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일한다. 약 50개 직종의 근로자 14만여 명이 전국 1만개 초·중·고등학교에서 근무한다.

이들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본연의 업무 외에도 각종 허드렛일을 도맡아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모 초등학교에서 체육을 가르치는 초등스포츠강사 김모씨(37)는 “학교장에 의해 고용여부가 결정되다보니 불합리한 지시도 따를 수 밖에 없다”며 “교장이 주말이면 학교 화원을 가꾸고 있어 제초제 뿌리는 일까지 했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남자 선생님이 없는 초등학교에서 스포츠강사는 슈퍼맨”이라며 “학교행사면 나무 가지치기부터 강당청소, 현수막 걸기까지 온갖 학교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게 일”이라고 말했다.

또 “급여는 월 150만원에 불과하지만 강사들은 교육청 지시로 한 사람이 학교 두 곳을 순회한다”며 “왕복 100킬로미터 떨어진 두 학교를 정신없이 오가는데 식비 교통비 지원이 없다”고 전했다.

과도한 근로로 인한 업무상재해는 기본이고 폭언, 욕설을 듣거나 인격모독을 당하기도 일쑤라고 이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급식실 조리사로 일하는 박모씨는 “노동보다 힘든 건 인격모독”이라며 “한번은 정규직 근로자로부터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또 “학교 측으로부터 ‘너희들 인건비가 아이들 급식을 떨어뜨린다’는 말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 580인분 식사를 4명이서 준비한다”며 “바쁘게 뛰어다니다가 넘어져 어깨 인대가 파열되고 갈비뼈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급식실은 여름에는 60도 찜통인데 학교는 망가진 공기조화장치를 예산문제로 고치지 않았다”며 “끓는 기름과 무거운 쌀 포대가 있는 노동환경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개선하지 않는 건 하대 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급식실은 화상사고가 많다. 경기도 용인 한 학교에서 멸치를 볶고 다시 한 번 튀기려고 기름을 끓이는데 학교 측 정규직 영양사가 올리고당을 부으라고 했다”며 “급식실은 군대 같아서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올리고당 부으면 기름이 튈 거라는 걸 알았지만 지시대로 이행했고 결국 화상사고를 얼굴에 입은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당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인 돌봄전담사 김모씨는 “저희는 학교에서 투명인간이다. 정서적 학대가 심하다”며 “선생님들은 너희가 능력이 없으니 15시간만 일하한다는 모욕적인 말을 한다. 저희도 보육사, 유치원 교사 자격증 등이 있는 교사임에도 불구하고 면박을 준다”고 덧붙였다.
돌봄전담사는 저소득 맞벌이 가정의 학생들에게 공공무상 돌봄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2013년부터 제도화됐다.

한편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근속수당 인상과 정부 비정규직 대책에 무기계약직 포함 등을 요구하며 29일과 30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각급 학교 운영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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