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fn art] 인간과 동물, 그리고 '화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6 18:30

수정 2017.06.26 18:30

동물 조각으로 유명한 노준 작가 개인전 '박제된 시간'
동물 얼굴에 사람 형상… 기존에 만들던 조각과 달리 세월의 흔적 고스란히 표현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그 관계에 대해서도 고민.. 하반기 전시에서 선보일듯
'Sweet Promenade with Clo and Mong'
'Sweet Promenade with Clo and Mong'

'Pruple Candy Balloon Hayami with Heart'
'Pruple Candy Balloon Hayami with Heart'

Candy Hayami's Ears
Candy Hayami's Ears

귀엽고 깜직한 동물 캐릭터 조각을 선보이는 노준 작가(48)의 개인전 '박제된 시간(A Stuffed Time)'이 서울 용산구 효창동 에프앤아트 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다.

노 작가는 일련의 작업을 통해 지금보다 조금 더 따뜻하고 행복한 세상을 살고 싶다는 작은 희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관계'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질 때가 있다고 한다. 무언가 돌이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고집 때문인지 생각의 문을 닫아버린 현대인,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오늘도 작가는 '일'을 통해 '회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노 작가는 지난 2006년 전시회 때문에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때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도쿄의 '우에노 공원' 벤치에서 잠시 앉아 쉬고 있는데 수많은 길고양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 녀석에게 웃으며 손을 내밀어 오라는 시늉을 했더니, 그 고양이가 다가와 요염한 포즈로 앉았다. 다른 고양이들도 부르니 모두 앞으로 와 재롱을 피웠다. 그렇게 한참을 고양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일어서려는 순간, 작가는 부끄럽고 슬픈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의 길고양이들은 사람들을 따뜻한 친구로 생각하고 있는데, 왜 한국의 길고양이들은 인간을 피해야 할 적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아마도 오랜 시간 그들의 DNA에 간직된 아픈 기억 때문은 아닐까? 작가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 있는 '인간과 동물, 그리고 그 관계의 회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지점이다.

작가가 만들고 있는 동물 형태의 조각들은 모두 인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얼굴은 귀여운 동물 캐릭터의 모습이지만, 몸통은 사람의 형상을 닮았다. 밝고 귀여운 외형으로 인해 과거에 잊고 살아왔던 동심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의도가 없지 않지만, 귀여운 얼굴의 동물들에게 사람의 몸과 같은 형태를 허락해 그들과 우리가 어쩌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 전시는 기존에 만들어 오던 따듯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와는 다소 대비되는 거친 묘사와 녹슬고 오래돼 보이게 표현된 작품을 선보인다. 조각의 표면에 적극적인 회화적 기법을 개입시키는 작품으로 금속 표면이 오래돼 녹이 슨 느낌을 표현해 마치 유물을 대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작품들이다. 외형적인 형태는 현대의 동물 캐릭터 형상이지만, 세월이 만들어준 흔적을 작품에 표현해 그 당시의 박제된, 혹은 정지된 시간을 현재에 보여주고자 한 의도로 보인다.


작가는 하반기 두 개의 전시를 더 계획하고 있다. 여기선 회복의 대상을 다르게 설정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인간과 자연, 특히 인간과 인간의 관계의 회복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며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작가는 말했다. 전시는 7월 21일까지.

dh.lee@fnart.co.kr 이동현 큐레이터
[fn art] 인간과 동물, 그리고 '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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