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법원, 첫 영어 모의재판
특허분쟁 각국서 동시다발적.. 국제 재판부 설치 요구 커져
특허분쟁 각국서 동시다발적.. 국제 재판부 설치 요구 커져
【 대전=이보미 기자】 6월28일 대전 특허법원 301호. 특허법원 제1부(재판장 김환수 부장판사)가 담당한 3M이 특허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 등록과 관련된 영어 모의 재판이 진행됐다. "원고측 변론하세요"라는 김 부장판사의 한국 말에 3M측 대리인으로 나선 김앤장 변호사는 영어로 변론을 시작했다. 그는 변론에 앞서 "국내 처음 진행되는 영어 재판에 참여해 영광이다. 특허법원이 글로벌 지식재산권(IP) 재판과 관련한 허브로 자리잡는데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로벌기업.상공회의소 "영어 재판 관심"
그동안 재판 과정중 외국인이 사건 당사자인 경우 통역이 제공되긴 했지만 재판 전 과정이 영어로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지적 재산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특허 분쟁은 세계 각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날 영어 재판은 이같은 추세에 맞춰 한국 특허법원에도 영어가 통용되는 국제재판부를 신설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면서 추진됐다. 실제 지난해 특허법원이 처리한 특허사건 611건 중 외국(법)인이 당사자가 되는 사건이 260건을 차지했다. 재판부는 영어 변론 전 1시간동안 국어 변론을 먼저 진행해 현행법 위반 소지를 차단했다.
모의 재판에서는 변론뿐만 아니라 서면 및 증거 제출도 모두 영어로 이뤄졌다. 다만 재판부의 소송 지휘 등은 국어로 진행됐다. 판결문은 국어로 작성되며 영어 번역문도 제공됐다.
이날 법정에는 해외 유명 브랜드 지적재산권(IP) 담당자와 유럽상공회의소, 일본상공회의소 회원 기업들이 영어 재판을 방청했다.
재판을 방청한 스벤 에릭 바텐버그 주한유럽상공회의소 부장은 "국제적인 언어로 다수가 소송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큰 변화"라면서 "국제적인 무대에서 뛸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 있는 외국인 기업들도 외국어 변론이 가능한 국제재판부 설치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한국 특허법원의 영어 재판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제 재판부 설치로 선점 필요
재판을 진행한 김 부장판사는 영어가 통용되는 법정을 만들어 외국인에게 접근성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판사는 "제약 바이오 등 최근 특허 소송은 세계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등 IP에 대한 주도권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영어 변론이 불가능한 한국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영어가 통용되는 국제 재판부를 만들어 외국 특허권자들도 쉽게 소송을 낼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다국적 기업은 특허협력조약(PCT)으로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에 특허가 등록돼 있지만 본사 입장에서 영어변론이 불가능한 한국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주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협력조약이란 하나의 발명에 대해 국제 조사기관에 한통의 출원서만 내면 여러나라에 동시 출원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제도다.
이에 따라 사법절차를 영어로 진행하는 법정을 만들고 지적재산권 소송에 대한 외국인의 사법 접근성을 강화하고, 신뢰를 쌓아야 향후 글로벌 IP분쟁 중심 국가 주도권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다. 이같은 요구가 반영돼 국제 재판부 신설을 포함한 법원조직법 일부 개정법률안(정갑윤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됐지만 현재 국회에서 계류된 상태다.
김 부장판사는 "한국 특허법원은 판사들의 재판 역량도 뛰어나고 소송 기간도 신속하고 예측 가능하다"며 "아시아 최초 국제 재판부 설치를 통해 우리 제도의 장점을 널리 알리고 국제 IP분쟁 해결의 중심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필수 기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spri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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