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폭염에 하수처리장 악취 민원 ‘골머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04 17:25

수정 2017.07.04 17:25

악취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정화조 슬러지 처리공정때 작업근로자 질식 예방 위해 차단벽 열어 환기하며 발생
장마철 저기압 탓 더 심해 악취 해결 예산은 태부족
폭염에 하수처리장 악취 민원 ‘골머리’

서울시 탄천물재생센터.
서울시 탄천물재생센터.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 물재생센터(하수처리장) 관련 '악취'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질식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 환기하는 과정에서 악취가 발생하는 것으로, 주민이 쾌적하게 생활할 권리와 근로자 안전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물재생센터는 생활하수를 처리하는 곳으로 서울에서는 강남구 탄천, 강서구 서남, 중랑구 중랑, 고양시 덕양구 난지 4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4일 서울시 물순환안전국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물재생센터 4곳의 악취 민원은 모두 67건으로, 여름철에 집중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특별히 7, 8월에 악취가 난다기보다는 여름철 창문을 열고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민원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악취민원 vs 근로자안전…물재생센터 전전긍긍

7월 장마철은 저기압 탓에 공기가 가라앉아 악취가 평소보다 많이 날 수 있다. 평소 냄새가 발산돼 희석되지만 저기압 때는 공기가 날아가지 않고 농축된다는 것이다.

최근 악취농도는 짙어지고 있다. 지난 5월 조용모 서울연구원이 작성한 '서울시 공공환경시설의 악취관리 강화방안'에 따르면 물재생센터 부지경계 평균 복합악취농도가 꾸준히 증가했다. 2014년 7.16배이던 복합악취농도는 2015년 17.41배로 허용기준치(15배)를 초과했다. 배는 희석배수를 뜻하는 악취측정 단위다.

조 연구원은 "물재생센터 악취의 주요 원인은 정화조 슬러지의 처리공정과 이송처리가 개방된 공간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라며 "복합 악취 외에도 지정악취물질인 황화수소 저감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물재생센터는 '안전' 탓에 악취 관리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주민 친화 차원에서 물재생센터 일부를 공원으로 조성, 밀폐공간에서 작업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하수처리과정 중 최초 침전지에서 슬러지(하수처리 또는 정수과정에서 생긴 침전물)를 처리하거나 악취차단벽을 열고 작업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직접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침전지 내부는 고농축 암모니아.황하수소 등이 가득해 근로자들은 악취를 견디며 질식 재해도 경계해야 한다. 이에 따라 작업 안전을 위해 침전지 문을 열어 환기시키는 과정에서 민원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악취가 외부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침전지 문을 닫으면 작업 환경은 열악해진다. 더구나 밀폐 공간 내 안전문제가 대두된다. 질식사고는 재해자 절반 이상이 사망할 정도로 위험하다. 여름철에는 기온 상승과 장마로 질식 재해 가능성이 커진다.

■질식관련 사고 잇따라..."예산은 부족"

특히 '오폐수처리 정화조' 내 작업은 질식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질식 관련 사고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재해자 189명, 사망자 95명이 발생했다. '오폐수처리 정화조'에서 발생이 65명(재해 46명 사망 19명), 22%에 달했다. 저장용기(16%), 건설현장(13%)보다 빈번한 셈이다.


지난해 한 하수처리장 약품투입작업 중 야간당직 근무자가 황화수소에 중독돼 사망했다. 구조과정에서 동료근로자 3명까지 부상당했다.


이봉구 탄천 물재생센터 수처리사업 과장은 "악취는 한쪽을 막으면 한쪽이 발생해 해결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중요하다"며 "물재생센터는 하수처리가 우선이어서 악취 해결에 투입할 예산은 부족한 경우가 있다"고 털어놨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