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4차산업혁명 한다더니...정부는 10년전 도로 정통부-방송위로 뒷걸음질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06 15:42

수정 2017.07.06 15:42

제조업과 유통업 등 모든 산업이 정보통신기술(ICT)를 매개로 융합해 새로운 산업영역을 만들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작 4차 산업혁명 정책을 진두지휘할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10년 통신정책-방송정책 전담부처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추세를 주도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를 만들어 융합정책을 마련하도록 했던 지난 10년간의 정부 의지와 달리 최근들어 미래부는 방통위 소관의 통신산업 규제 권한까지 손대면서 정작 4차 산업혁명을 위한 큰 틀의 정책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어 옛 정보통신부로 회귀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방통위는 위원장을 비롯해 상임위원 대부분이 방송과 미디어 전문가들로만 채워지면서 '도로 방송위원회'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래부 유영민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서면질의답변서를 통해 "통신요금 인하를 위한 개선방향으로 분리공시제 도입과 지원금 상한제 폐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실제 지난 4일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도 유 후보자는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하고 분리공시제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 소관 통신 규제정책 넘보면서 4차 산업혁명 실종된 미래부
분리공시제는 이동통신사의 지원금을 공시할 때 이동통신사가 지급하는 지원금과 제조사가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을 구분해 공시하는 정책이다.
지원금 상한제 폐지는 현재 33만원으로 제한된 지원금의 상한선을 없애는 것이다.

이 두 사안은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방안으로 꼽히고 있으며,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개정안으로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그런데 분리공시제와 지원금 상한제 폐지는 소관 부처가 방통위다. 미래부가 조언할 수는 있지만 직접 정책을 주도하기는 어려운 입장이다. 실제 단통법 제4조 지원금의 과다 지급 제한 및 공시 제 1항에는 방통위가 이동통신단말장치 구매 지원 상한액에 대한 기준 및 한도를 정해 고시한다고 명시돼 있다. 아울러 제7항에서는 방통위가 공시 및 게시 방법, 내용, 주기 등에 관한 기준을 정해 고시한다고 못을 박고 있다.

미래부가 이처럼 소관이 아닌 통신 규제 권한에 손을 대면서 정작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융합정책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통신산업 주관부처이던 10년 전 정통부로 시계를 돌려놓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 장관 후보자가 통신요금 인하 이슈에 대응해 주도권을 쥐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규제 권한을 포함해 과거 정통부와 같이 통신산업에 대한 모든 정책을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 보인다"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유영민 장관 후보자.
미래창조과학부 유영민 장관 후보자.

■통신 전문가 없는 방통위, 다시 방송위로
어렵게 수장을 찾은 4기 방통위는 지상파 위원회로 전락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감이 높다. 무엇보다 방통위 이효성 위원장 후보자를 비롯해 상임위원들이 방송과 미디어쪽 전문가로 꾸려지면서 통신 정책에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방통위의 경우에도 지상파 위주의 정책으로 지상파 위원회라는 오명을 써야 했던 것이 사실이다.

3기 방통위의 경우 700㎒ 주파수를 울트라고화질(UHD) 방송을 위해 지상파에 할당했다. 그러나 당시 700MHz 주파수는 전 세계적으로 이동통신용으로 활용하는 추세였다. 때문에 방통위의 결정이 과도한 지상파 편의 정책이라는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여기다 지상파가 UHD 본방송을 시작하는데도 방통위는 사실상 특혜를 줬다. 당초 지상파는 올 2월 UHD 본방송을 목표로 지난해 11월 UHD 방송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상파에서 준비 미흡을 이유로 UHD 본방송 개시 시점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고, 방통위는 이번에도 지상파 편을 들어줬다.

방통위 이 위원장 후보자 역시 방송 정책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 후보자는 지난 4일 방통위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할 일과 관련해 "많은 현안이 있지만 아무래도 방송이 본연의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비정상의 정상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ICT 분야 학계의 한 전문가는 "개인정보보호나 국내 인터넷 기업의 역차별 등 산적한 현안들이 많고, 산업간 융합 추세를 가로막는 규제개혁 등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정책과제가 쌓여있는데, 정작 주무부처들이 10년전 단일산업만 주도하던 시절로 되돌아가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 전문가들 사이에 걱정이 많다"며 "지금이라도 미래부, 방통위등 주무부처들이 통신요금, 지상파 방송 지배구조 등 과거형 정책에 매몰되지 말고 젊은이들에게 일자리와 희망을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구조를 만들 미래지향적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데 눈길을 돌려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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