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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블라인드 채용, 민간은 자율에 맡겨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06 17:10

수정 2017.07.06 17:10

'깜깜이.로또 채용' 우려 기업 고유 방식 존중을
올 하반기부터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신입직원을 뽑을 때 블라인드 채용방식이 도입된다. 공공기관 입사지원서에 사진과 학력, 출신지, 신체조건, 가족관계과 스펙 등을 기재하지 않도록 해 선발 과정에서 특혜나 편견을 불식하고 누구나 공정한 취업 기회를 누리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어느 대학을 졸업했든 똑같은 출발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제도 도입을 독려한 바 있다.

지난 5일 발표한 로드맵에 따르면 정부는 블라인드 채용을 민간기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북을 배포하고, 일선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과 현장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나아가 정부는 블라인드 채용을 법제화할 뜻도 비쳤다.
현재 국회에는 민간기업이 블라인드 채용을 어길 경우 과태료를 물리는 법안이 계류돼 있다. 하지만 정부가 민간기업의 채용에 꼭 특정한 방식을 강요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는 충분히 납득이 간다. 출신 대학이나 지역 때문에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이 사라지고, 사교육 수요도 줄어들리라 기대할 수 있다. 취업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지여인(지방대.여성.인문계열)'의 기회도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채용하는 쪽 입장에서는 응시자 정보를 모조리 빼고 나면 도대체 뭘 보고 사람을 뽑느냐는 당혹감이 들 수가 있다. 예컨대 학점을 보지 않는다면 학업을 성실하게 해왔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직무능력 평가나 심층면접 방식을 보완하지 않으면 단편적인 기준에 따라 말 그대로 '깜깜이 채용' '로또 채용'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SK.롯데.GS.KT 등 여러 대기업은 이미 수년 전부터 스펙을 초월한 채용제도를 시행해왔다. 인재확보는 기업의 존망을 좌우하는 과제다. 기업들은 누가 강제하지 않아도 최적의 인재를 뽑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왔고, 고유의 평가방식을 갖고 있다. 또한 각 기업의 업태가 다른 만큼 원하는 인재상도 제각각이다, 여기에 정부가 끼어들어 획일화된 평가방식을 들이대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알아서 잘하고 있는 민간기업의 채용은 자율에 맡겨야 한다. 정부는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이 '깜깜이 채용'이란 소리를 듣지 않도록 제도의 디테일을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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