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피플일반

[인터뷰] 일본군 문제 연구해온 최종호 변호사 "일본군 해체의 역사는 한국군에게도 교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10 16:54

수정 2017.07.10 16:54

中 침략 발단 노구교사건 80주년 육군중심 파벌화 등 반면교사로
[인터뷰] 일본군 문제 연구해온 최종호 변호사 "일본군 해체의 역사는 한국군에게도 교훈"

지난 7일은 일본의 중국 침략 시초가 됐던 노구교(蘆溝橋)사건이 벌어진 지 딱 8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노구교 사건은 화베이지역으로 세력을 확장하려던 일본군이 베이징 남서쪽 교외에 있는 융딩강(永定河)을 가로지르는 노구교 일대에서 원인 미상의 총격을 중국군의 도발로 간주하고 벌인 전투로 폭주하던 일본 육군에 의해 중일전쟁으로 확전된 사건이다.

일본군 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최종호 변호사(34·사진)는 "노구교 사건에서 드러난 일본군의 폭주와 패전까지의 과정은 한국군에 많은 교훈을 준다. 과거 일본군을 보면서 한국군을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최 변호사는 옛 일본군의 태동과 해체에 이르는 과정을 오랜 기간 연구해왔다.

그는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사법시험 준비와 병행해 일본어를 공부했고, 2012년 사법시험(54회.사법연수원44기 수료) 합격 후 수차례 일본 현지를 방문해 일본군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한 전문성을 가진 인물이다.

최 변호사의 연구는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는 지난 2015년과 2016년 '참모본부와 육군대학', '일본군의 패인'을 각각 번역해 출간했다. 변호사라는 남부럽지 않은 직업이 있으면서 힘들게 자비를 들여서까지 '일본군과 관련된 책들을 힘들게 번역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첫 시작은 군사 마니아로서의 궁금증이었지만, 한국군이 지나치게 강조하는 '정신지상주의' '백병주의' '문민화에 대한 거부' 등 한국군의 구조적 문제를 탐구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최 변호사는 "외형적으로 한국군은 2차대전 이후 미국에 의해 만들어진 미국식 군대임에 분명하지만, 용병사상(用兵思想)이나 구성원들의 마인드는 일본군과 유사한 점이 많다"면서 "단순히 일본군 출신이 창군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는 사실만으로는 해명이 어려운 부분이지만, 옛 일본군과 한국군의 유사한 문제점을 짚어본다면 우리 군의 발전방향에 유익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군에서 발생하는 육군 중심의 통합군 개념, 특정 출신의 고위직 독점, 병영 부조리 등의 문제가 과거 일본군과 유사한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며 '문민통제에 대한 조직적 거부'와 '파편화된 군 조직' 및 '파벌화'를 일본군과 한국군의 공통된 구조적 문제로 손꼽았다.

최 변호사는 "1937년 중일전쟁 발발 당시 일본군은 '지나사변'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이 용어에서 일본 정부에는 전쟁을 확대할 뜻이 없었음을 엿볼 수 있다"면서 "지나는 중국을 비하하는 뜻이고 사변 또한 반란, 저항이란 의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지나사변은 일본제국을 패망으로 이끈 15년간 이어진 큰 전쟁으로 확대됐다"며 일본군의 문민통제 이탈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노구교 사건과 관련, "당시 육군성은 물론 해당 사태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관동군은 눈앞의 공명심에 빠져 돌출적인 행동에 나서게 된 것"이라면서 "작전과 전술 등 미시적 차원의 사항에 집중한 일본 육군대학교의 교육이 광의의 안보가 결여한 엘리트 군인을 양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전쟁을 막고 희생을 줄이는 것을 고민하는 것이 국방부 장관의 중요한 역할이지만, 한국군은 특정 군 출신의 전투 전문가가 그 자리에 오르느냐에 더 관심이 집중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군이 육군 중심으로 파행적으로 운용된 것과 관련, "지나치게 복잡해진 군조직과 파벌화에서 기인하는 문제로, 일본 육군은 갑종이나 을종 후보생들을 만성적 부족에 허덕이는 초급장교 직위에 한정했다"면서 "당시 천년 대위, 만년 소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육군유년학교, 육군사관학교와 육군대학교를 거친 일부 엘리트들만이 상층부 진입이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최 변호사는 "역사적 교훈을 참고하는 군대를 만들기 위해 개인적인 활동을 넓혀가고 싶다"고 말했다.

captinm@fnnews.com 문형철 기자

실시간핫클릭 이슈

많이 본 뉴스

한 컷 뉴스

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