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의 명칭 변경은 머리가 핑핑 돌 지경이다. 행안부의 전신은 1948년 출범한 내무부다. 이후 행정자치부→행정안전부→안전행정부→행정자치부(인사.안전 기능 분리)로 변경됐다. 특히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4년 새 부처명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1948년 체신부, 1967년 과학기술처가 전신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뗐다 붙였다를 반복한다. 1994년 김영삼정부는 체신부를 정보통신부로 이름을 바꾼다. 2008년 이명박정부는 교육과 과학기술을 합쳐 교육과학기술부를 만든다. 그러면서 정보통신부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로 업무가 뿔뿔이 흩어지면서 사라진다. 5년 뒤인 2013년 박근혜정부는 다시 교육과학기술부를 미래창조과학부와 교육부로 분리한다.
경제학에 '메뉴 비용'이란 용어가 있다. 식당에서 음식값을 올리면 메뉴판 교체비용이 들기 때문에 가격을 자주 올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기업의 메뉴비용은 더 복잡하다. 포장 및 카탈로그 교체 비용, 인상된 가격에 대한 광고비, 소비자 이탈에 따른 손실 등이 포함된다. 정부조직 개편도 마찬가지다. 부처 이름을 바꾸면 현판뿐 아니라 모든 서식을 바꿔야 한다. 2007년 9월 당시 행정자치부가 전국 166개 동사무소 명칭을 주민센터로 바꾸면서 1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이 낭비돼 지적을 받았다.
정부 조직이 시대흐름에 뒤처지면 안 되겠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름을 바꾸고 조직을 뗐다 붙였다 하는 것은 분명 문제다. 실효성 없는 전시행정일뿐더러 국민에게 혼란만 준다. 국민의 삶에 있어 부처명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 과정에서 낭비되는 혈세가 아까울 뿐이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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