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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일자리위원회의 ‘이상한 줄세우기’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20 17:10

수정 2017.07.20 17:10

[차장칼럼] 일자리위원회의 ‘이상한 줄세우기’

출범 70일이 넘은 문재인정부는 가히 '일자리정부'라고 불릴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에 대한 집념은 청와대 집무실에 상황판을 설치한 것만 봐도 짐작하고도 남는다. 오랫동안 노동변호사로 일한 이력도 한몫했을 것이다.

대통령 후보 시절 공공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을 내놓은 건 서막에 불과했다. 10%대 청년실업률, 소득불균형과 사회양극화 등 우리 사회의 각종 병리현상 해결을 더 이상 민간에만 의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발 나아가 정부가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이 돼 민간까지 확산시키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그런데 새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공공영역뿐 아니라 민간영역까지 일자리 창출에 전례 없는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공공보다 민간 일자리 부문에 더 치중하는 양상이다. 그런 분위기는 일자리위원회가 총대를 메고 있다. 출범한 지 두 달밖에 안 된 위원회지만 문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아 직접 챙기면서 이미 민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는데 어느 누가 딴죽을 걸 수 있을까. 하지만 최근 일자리위의 행태는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일자리위는 지난 18일 15개 기업 대표를 한자리에 불러 일자리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대기업 10개사와 중소기업 5개사가 나왔다. 대기업에서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기아자동차, LG디스플레이, 이마트, 롯데쇼핑, 삼성디스플레이, KT, SK하이닉스가 참석했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이다. 일자리위는 "근로자 수가 많은 순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산총액이나 재계 순위에 따랐던 소집기준은 과거의 유물로 치부됐다. 고용절벽과 양극화 시대에 일자리 창출이나 서민층의 소득 증대 등 포용적 성장에 기여하는 기업이 더 중요하다며 이해를 구했다. 이날 간담회 직후 이용섭 일자리위 부위원장은 "일자리 확대에 기업들이 공감하는 기회였다"고 자평했다. 참석기업을 대표해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도 "좋은 일자리정책은 타당하다"며 하반기 채용계획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표면적으로 간담회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를 놓고 논란이 없었던 건 아니다. 무엇보다 참석기업 선정 기준이다. '근로자 수'로 선정하다보니 재계 전체를 대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10대 그룹 가운데 매년 수천명씩 채용하는 GS, 한화, 현대중공업은 빠졌다. 업종별로 봐도 전자, 자동차, 유통, 통신 등 4개군에 그쳤다. 고용잠재력이 큰 에너지, 철강, 중공업, 금융 등 많은 업종이 제외됐다. 제아무리 고용을 많이 하는 기업들이지만 소속 그룹의 계열사일 뿐이다.
그룹도 아닌 일부 업종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일자리 '낙수효과'나 재계 전반의 확산을 기대하는 건 상식 밖이다. 동일 그룹 안에서도 계열사마다 경영상황이나 고용현실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말이다.
부디 일자리위가 다음에는 '그들만의 간담회'의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cgapc@fnnews.com 최갑천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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