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신설 중기부 이것만은 꼭] 中企에 특허 소송은 '무전유죄'…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무용지물'

최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26 19:07

수정 2017.07.26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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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술탈취 근절
5년간 대-중기 특허 분쟁서 중기 1심 패소비율 89.9%
2심서 이긴 사례는 '전무'.. 소송 3년 넘기면 버틸 中企없어
특허 소송 재판 중계해 투명성 높이고 공정성 보장을
#. 중소기업의 기술 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소기업 기술보호법'을 제정하고자 피해 기업인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그 자리에서 한 참석자는 평생 노력한 기술을 빼앗기고 사업 실패의 위기 속에서 자살까지 생각했던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그가 이야기를 하던 도중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리자 간담회장은 온통 침통한 분위기로 가득 찼다.

-한정화 한양대 교수의 저서 '대한민국을 살리는 중소기업의 힘' 중에서-

■기술탈취 피해 5년간 1조 넘겨

26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기업 기술탈취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조사대상 중소기업 총 8219개 중 644개(7.8%)가 기술탈취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금액은 1조1000억원을 넘었고 기술탈취 1건당 피해액수도 16억8000만원에 달했다. 2016년 기준 중소기업수가 약 354만개에 이른다는 것을 감안할 때 기술탈취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중소기업의 숫자 및 피해금액은 훨씬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기술유출로 인한 피해 액수가 연평균 50조원 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중국 등 해외로 우리 기업의 핵심 인력이 빠져나가는 등 인력 유출 역시 심각하다. 또 해외 불법 기술유출 피해 중 64%가 중소기업에 집중돼 있다.

심각성을 느낀 정부는 악의적인 영업비밀 침해 행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발생한 손해의 최대 3배까지 배상책임을 지게 되며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벌금액도 기존보다 10배로 상향하는 등 대폭 강화했다. 기술유출 사건에 대해 형사사건 관할을 고등법원 소재 지방법원에 집중하고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도록 하는 '집중심리제'를 도입하는 등 재판 과정이 이전보다 신속하게 진행된다.

문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한 실효성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통해 문제가 해결된 경우는 전무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현실에선 부당하게 기술 탈취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할 경우 이길 확률은 낮다. 특히 3년 정도만 소송을 끌면 웬만한 중소기업, 특히 자본력이 약한 창업기업은 견딜 수가 없다. 이런 약점을 잘 아는 대기업은 분쟁을 소송으로 가져가는 것에 대한 거리낌도 없다. 대기업들이 주요 고객인 대형 로펌들은 중소기업들 사건을 쳐다보지도 않는 것 또한 현실이다.

실제 지난 5년간(2009~2013년) 우리나라에서 대-중소기업 특허분쟁에서 중소기업이 1심에서 패소하는 비율은 89.9%에 달하고, 2심까지 가면 단 한 건도 중소기업이 이긴 사례가 없다. 2016년에도 단 한 건도 심판소송에서 중소기업이 이긴 적은 없다.

대기업과 14년째 특허 소송을 하고 있는 서오텔레콤 김성수 대표는 "신임 중기부 장관은 기존과 달리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기술보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허소송 재판 중계 제도 도입을

중소기업계에선 특허 소송 재판 과정을 TV 등을 통해 중계하는 방안을 대안 중 하나로 꼽는다. '박근혜 재판' 등 주요 선고의 생중계 허용과 관련 '알권리, 인격권' 등을 두고 일부 논란이 일고 있지만 특허 소송은 기술적 쟁점을 다루는 것이기에 인격권, 피고의 사생활, 피고의 초상권 침해 우려가 거의 없다. 모방범죄의 우려도 없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식재산(IP)에 대한 정부의 시각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지식재산권 침해자는 엄중한 대가를 치르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리커창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지식재산권 종합관리개혁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적은 있지만 국가주석이 지식재산권 보호와 침해자 엄벌을 직접 언급한 것은 그만큼 지식재산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중국은 2014년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에 지식재산권법원을 설립했고 올해 초에는 쑤저우와 우한 등에 지식재산권 특별심판부를 설치했다. 지난달 중국 국무원은 △지식재산권 개혁 심화 △엄격한 지식재산권 보호 △지식재산권 창출.활용 촉진 등을 포함한 '2017년 국가지식재산권 전략 심화 실시 및 지식재산권 강국 건설 가속화 추진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박진하 KAIST 지식재산전략 최고위과정(AIP) 운영위원은 "미국과 중국의 경우 최고 지도자들이 지식재산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강력하게 관련 제도들을 시행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이 같은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특허소송 재판 중계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재판중계제도를 도입할 경우 사법의 투명성 제고, 재판의 공정성 보장, 판결의 신뢰도 제고, 사건의 진실성 제고, 국민의 법의식 고양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위원은 "재판 중계 제도가 특허 소송을 넘어 타 소송으로까지 확대되고 보편화될 경우 전관예우 등의 폐해도 줄어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유전무죄, 무전유죄 인식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yutoo@fnnews.com 최영희 중소기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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