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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만남에 술 한잔 했는데’..휴가철 성범죄 표적된 여성들

#1. 2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7월 서해 한 해수욕장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30대 남성을 만났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인근 클럽으로 향했고 밤새 술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뜬 A씨는 화들짝 놀랐다. 옷이 벗겨진 채 호텔 방에 누워있었던 것. 그제야 A씨는 자신이 만취한 틈을 타 남성이 성폭행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A씨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남성을 준강간 혐의로 입건했다.

#2. 또 다른 20대 여성 B씨는 지난해 7월 동해 한 해수욕장으로 휴가를 떠났다. 해변에서 여유를 만끽하던 B씨는 일명 ‘즉석만남’을 통해 20대 남성을 만났고 인근 모텔로 자리를 옮겨 함께 술을 마셨다. 새벽까지 술을 마시던 두 사람은 만취했고 남성은 순간 성적 욕구를 느껴 술병으로 B씨의 머리를 내리친 뒤 성폭행했다. 정신을 차린 B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모텔에서 나와 해변으로 도주하던 남성은 경찰에 검거됐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수욕장, 계곡과 같은 피서지에 인파가 몰리면서 성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들뜬 마음에 시도한 즉석만남이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어 20~30대 여성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피서객들로 백사장을 꽉 메운 지난 여름 해운대해수욕장의 모습. /사진=fnDB
피서객들로 백사장을 꽉 메운 지난 여름 해운대해수욕장의 모습. /사진=fnDB

■7~8월 휴가철 성범죄 기승…대부분 성폭행·성추행
1일 경찰청에 따르면 여름 휴가철인 7~8월 성범죄가 집중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의 경우 성범죄가 7월 2651건, 8월 2647건 발생했으며 2015년에는 7월 3399건, 8월 2940건이었다. 지난해에는 7월 2600건, 8월 3013건으로 매년 5000~6000여건의 성범죄가 휴가철에 발생했다.

성범죄는 성폭행·성추행이 다수를 차지했다. 7~8월 성폭행·성추행 사건은 2014년 3907건, 2015년 4250건, 지난해 4145건 발생했다.

최근에는 타인의 신체를 몰래 찍는 일명 몰카(몰래카메라)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2012년 7~8월 578건에 불과했던 몰카범죄는 2014년 같은 기간 1107건, 2015년 1785건, 지난해 1180건 등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7~8월 성범죄는 여름 휴가를 맞아 피서지에 인파가 몰리는 것과 관련이 있다. 혼잡한 인파에 노출, 물놀이 등 한껏 들뜬 분위기에서 즉석만남이 쉽게 이뤄져 경계를 늦추게 된다는 지적이다.

느슨해진 마음에 무분별한 음주까지 더해지면 성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실제 여름철 성범죄는 해수욕장이나 계곡보다 인근 술집이나 유흥가에서 발생하는 확률이 높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여름철 성범죄가 늘면서 주의가 필요하다”며 “피서지보다는 오히려 남녀가 즉석만남을 한 뒤 인근 술집이나 숙박업소로 옮겨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경찰, 몰카 전문 탐지장비 활용 등 예방 총력
경찰은 휴가철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전국 79개 경찰서에 성범죄 전담팀을 구성, 31일까지 집중단속을 벌이고 있다. 피서지인 해수욕장, 계곡, 워터파크 뿐만 아니라 화장실, 목욕탕, 길거리 등에서도 치안 확보를 위해 힘쓰고 있다.

스마트폰·초소형 카메라 등을 이용한 몰카범죄 적발을 위해 전문 탐지장비도 활용하고 있다. 전파 탐지형 장비는 몰카에서 발생하는 전파를 수신해 탐지하는 것으로, 전원이 켜져 있는 시계, 라이터형 위장 카메라를 단속할 수 있다. 렌즈 탐지 장비는 적외선을 쏴 렌즈에서 반사되는 빚을 탐지하는 것으로, 전원이 꺼진 몰카도 찾아낸다.

그러나 경찰 단속만으로 성범죄를 근절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찰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며 피해 당사자나 주변 목격자들의 신고를 당부했다. 특히 과도한 음주를 삼가고 밤늦은 시간 외출을 자제할 것, 피서지에서 자주 발생하는 성범죄 예방에 관심을 가질 것, 피해를 입을 경우 신속히 112로 신고할 것 등을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휴가철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관심과 예방만큼 중요한 게 없다”며 “과도한 음주를 피하고 낯선 사람과 만남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