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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재판 막바지, 피고인 신문 '신경전 팽팽'..박상진 "최순실 변덕에 승마지원 변질"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1 15:15

수정 2017.08.01 17:04

이재용 피고인 신문 연기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에 대한 공판이 오는 7일 재판의 마지막 단계인 결심공판을 앞둔 가운데 1일 막바지 피고인 신문이 진행됐다. 이날 이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은 최순실씨의 변덕으로 인해 삼성그룹의 올림픽 선수선발을 위한 독일 전지훈련단 지원이 변질되기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삼성은 훈련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최씨의 방해로 번번이 무산됐다는 주장으로, 판결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과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뇌물공여 등 혐의 공판에서 박 전 사장은 피고인신문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최순실, 필요할 때마다 위력 과시"
특검은 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찬성을 도와준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박 전 사장은 "독일 전지훈련단 선발은 갑작스러운 최씨의 변덕에 지연됐나"라는 변호인단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당시 승마 지원은 정씨 1인에게만 이뤄지는 상황이었다. 삼성 측은 승마 지원의 취지를 회복하기 위해 추가 선수를 뽑으려고 했으나 최씨의 비협조로 이미 접촉해 선발된 선수들에게도 구체적인 내용과 계획에 대해 말할 수 없었다는 게 박 전 사장의 설명이다.

박 전 사장은 최씨의 요구대로 끌려다닌 이유는 박 전 대통령과 절친한 그의 배경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원래 승마협회장 역할에도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 대통령과 독대에서 이 부회장이 질책을 받은 후 집중적으로 챙긴 면이 있다"며 사실상 삼성을 모략한 인물로 추정되는 최씨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후에도 최씨는 필요할 때마다 자신의 위력을 과시하면서 삼성으로부터의 지원을 유도해왔다는 얘기다.

최씨의 요구가 도를 넘자 청와대 보고 통로로 판단되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 도움을 요청했었다는 언급도 나왔다.

박 전 사장은 "승마지원이 최씨의 변덕으로 변질돼 가는 사안을 걱정해 김 전 차관에 이야기하면 청와대에 전달돼 최씨의 행위를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했느냐"는 변호인단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김 전 차관도 맞장구를 쳤다"며 "(김 전 차관이)'그런식으로 하면 대통령에게 좋지 않을텐데 최씨가 왜 그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자정 넘어 피고인 신문도..

삼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길어지면서 이날 예정된 이 부회장에 대한 신문은 하루 뒤인 2일로 미뤄졌다.

재판부는 전날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와 박 전 사장의 피고인 신문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오전 공판이 특검의 준비 부족에 오후로 연기되는 등 차질이 빚어졌다. 박 전 사장의 신문은 전날 자정이 넘어서도 끝나지 않았다.

1일 이어진 박 전 사장의 신문은 오후 2시30분께 끝났다.
이에 따라 다른 피고인들의 신문도 순차적으로 연기, 마지막 순서인 이 부회장의 신문은 연기됐다. 특검은 이 부회장과 신문에서 박 전 대통령과 독대 이후 삼성물산 합병 등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측은 청와대로부터 어떤 청탁이나 대가가 없었다는 기존 주장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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