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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추락에 떨고 있는 유럽·日 기업

올들어 달러 약세 지속돼.. 수출중심의 유럽·일본 타격
세계 증시에도 찬물 끼얹어
달러 추락에 떨고 있는 유럽·日 기업

미국 달러 약세가 유럽과 일본 등 수출 중심 선진국 증시에 먹구름을 몰고 오고 있다. 무엇보다 수출기업들의 자국 통화 환산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유럽 기업들은 유로 환산 순익이 4~5% 줄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에 극도로 민감히 반응하는 일본 증시는 달러 약세 여파로 석달 연속 상승세를 멈추고 지난달 하락세로 돌아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월 31일(현지시간) 달러 약세가 세계 증시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면서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이후 급등했던 달러 가치가 5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선 뒤 뉴욕증시와 유럽.도쿄 증시의 명암은 엇갈리고 있다.

예상치 못한 달러 약세로 애널리스트들이 잇따라 유럽과 일본 기업들의 실적 전망을 낮추자 올 봄 전세계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던 이 지역 증시가 뉴욕증시에 밀리기 시작했다.

달러 가치는 미 행정부와 의회가 무력증에 빠지고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았던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인프라투자 확대 정책도 물 건너 갔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 달러 지수는 올들어 8.7% 하락했다. 달러는 또 유로에 대해서는 10.4%, 일본 엔화에 대해서도 5.5% 내렸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불확실성으로 맥을 못추는 영국 파운드화에 대해서도 6% 하락했다.

주식시장에서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올 세계 경제 전망이 개선됐지만 유럽증시 시황을 보여주는 스톡스유럽 600 지수는 3.3% 떨어졌다. 런던증시의 FTSE 100 지수는 1.4% 밀려 5월 중순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같은 기간 뉴욕증시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3.1%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스위스 UBP 은행의 글로벌 주식 부문 책임자 마르탱 묄러는 "유럽 기업 실적의 최대 위험요인이 환율"이라면서 "유로 강세가 지속되면 미국은 이득을 보겠지만 유럽은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기업들의 경우 유로 가치가 10% 상승할 때마다 순익이 약 4~5%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때문에 이들은 5월 중순 이후 유럽 기업들의 실적전망을 잇따라 하향조정하고 있다.

달러 하락 충격은 2단계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단기적으로 수출업체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자국 통화로 환산할 때 막대한 환차손을 입게 된다. 직접적인 충격이다.

그러나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 수출경쟁력에도 문제가 나타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의 유럽 주식전략가 로난 카는 유로가 강세를 지속해 유로당 1달러20센트 중반대까지 상승하게 되면 "유럽 일부 수출부문의 경쟁력이 약화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은 더 큰 충격이 예상된다. 도쿄증시의 닛케이225 지수가 엔달러 환율 움직임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팩트세트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달러-엔 환율과 닛케이 지수간 상관계수는 0.9를 웃돌았다. 이 상관계수가 1에 가깝다는 것은 엔화가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일 경우 닛케이 지수는 하락한다는 것을 뜻한다.

앱솔루트 전략리서치의 주식전략가 자라 워드-머피는 "일본은 강력한 내수기반이 없는 시장"이라면서 "환율이 강력한 동력"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같은 흐름이 아직은 초기인데다 투자자들이 미 이외 지역에서 발을 빼는 조짐은 아직 없다.
펀드매니저들을 상대로 한 메릴린치의 7월 설문조사에서 투자자들은 여전히 국제 주식시장 투자 비중을 크게 높여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특히 대외부채 비중이 높은 신흥시장들에는 달러 약세가 한 숨 돌리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메디올래넘 자산운용의 투자부문 책임자 고탐 바트라는 "러시아, 브라질, 남아공 같은 상품 민감 지역은 대외부채 비중이 높아 달러가 오르기 시작하면 가장 큰 고통을 받는다"면서 "이들은 달러 약세로 안도의 한 숨을 내 쉬고 있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