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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의 눈] 고령화 사회의 ‘슬픈 자화상’, 우울증 앓는 노인들

이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6 09:00

수정 2017.08.06 09:00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총 인구 중 65세 이상의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라고 일컫는다.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662만 4천 명으로 전체 인구의 13.1%를 차지해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이런 추세라면 2026년에는 전체 인구의 40%가 65세 이상일 것으로 추정돼 초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의료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고 노인인구가 자연스럽게 늘어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러나 질병에 대한 대책은 부족해 보인다. 특히, 마음의 감기라 불리는 우울증은 많이 앓고 있지만 심각성을 잘 모른다.
우울증은 최악의 경우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는 무서운 질환인데 비해 무관심하다.

■ 65세 이상 노인 3명 중 1명 우울증 앓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우울증 진료 환자는 68만 명으로 2011년 60만 2천 명 보다 약 8만 명(13%)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65세 이상 노인은 22만 4천 명으로 2011년 17만 5천 명보다 4만 9천 명(28%)이 증가했다.

노인 우울증 환자 비중은 2011년 29.1%에서 2015년 33%로 높아졌다. 우울증 환자 3명 중 1명은 65세 이상 노인인 것이다. 연평균 환자 증가율은 전체 집단이 3.1%, 65세 이상은 6.9%로 2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노인 환자를 연령대로 살펴보면 70~74세가 28.4%를 차지했다. 이어 65~69세 26.9%, 75~79세 24.6%, 80~84세 13.7% 순이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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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 OECD 노인자살률 1위 ‘불명예’

우울증을 앓는 노인들이 많아지면서 자살률도 높다. 2014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들의 자살률은 10만 명 당 55.5명으로 국내 전체 자살률에 2배, OECD 평균 자살률에 5배 높다.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이며 10년 이상 노인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 기록도 갖게 됐다.

보건복지부가 2014년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인 10명 중 1명은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이 가운데 12.5%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들이 자살을 시도하는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40.4%)이 가장 높았다. 이어 건강 문제(24.4%), 외로움(13.3%), 가족·친구와의 갈등이나 단절(11.5%), 배우자 등 사망(5.4%)이 있었다. 도시에 거주하는 노인일수록 ‘경제적 어려움’ 응답이 높았고, 시골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건강과 가족·친구와의 갈등 및 단절이 높게 나타났다. 즉, 노인들은 생활고와 건강, 외로움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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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증 인식 개선 필요, 인프라 구축도 시급

우울증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모르는 경우가 많다. 또한, 나이가 들면 당연히 우울하다는 잘못된 인식도 있다. 그래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흔하다. 우울증은 초기에 발견하면 충분히 치료 가능한 질환이다. 따라서 노인들은 경로당, 종교단체 등 동년배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사회 접촉 기회를 늘리는 것이 좋다. 가족들도 감정적으로 지지해주고 재정적인 지원도 해줘야 한다.

우울증에 대한 인적 물적 자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지역별로 격차도 있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도 있다. 정부는 예산을 확보하고 인력도 충원해 우울증 예방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한다.

수명이 연장되면서 100세 시대에 살고 있다.
노인 우울증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도 앓을 수 있는 질환이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따라서 우울증을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된다.

hyuk7179@fnnews.com 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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