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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800억 예산 공공와이파이 무용지물 우려

국회 입법조사처 "공공와이파이 실효성 신중히 검토해야" 
정부가 통신요금 인하 방안 중 하나로 추진 중인 공공 와이파이(WiFi) 20만개 설치가 숫자 채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예산 투입에 비례하는 실질적 효과에 대한 분석과 장기 운용 방안에 대한 검토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는 출퇴근길 직장인과 학생들이 공짜로 무선인터넷을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공공와이파이를 구축하겠다고 하지만 접근 편의성과 실제 이용자 조사, 운영비용 부담 주체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공와이파이 확대 구축 이후 서비스 유지나 품질 고도화에 대한 검토가 빠져있어 단기적으로 예산만 투입한 뒤에는 아무도 쓰지 못하는 무용지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연 800억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될 공공와이파이 구축 확대 정책의 실효성과 지속성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입법조사처는 '2017 국정감사 정책자료'를 통해 공공와이파이 구축 확대가 현재 각급 학교가 채택하고 있는 교육방침과 부합하는지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와이파이 확대 구축 정책은 버스 5만개, 학교 15만개에 공공와이파이 20만개를 설치해 직장인과 학생 1268만명에게 연간 4800억~8500억원 수준의 데이터 요금 경감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책이다.

■학교 15만개 와이파이 누가 쓰나
우선적으로 공공와이파이 구축이 실질적으로 사용자들에게 통신요금 절감 효과를 줄 수 있느냐는게 논란의 핵심이다.

정부는 전국의 모든 학교 1만1563개에 공공와이파이 15만개를 구축할 계획이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등교 직후 스마트폰을 수거해 수업 시간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나마 스마트폰을 수거하지 않는 학교에서는 제한된 시간에만 학교 안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교사도 수업 시간에는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다.

결국 전국 학교에 공공와이파이 15만개를 구축해도 이용할 대상이 없는 셈이다.

버스 와이파이 역시 지상에서 이동하는 버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데, LTE를 신호 세기도 떨어지고 보안 우려도 높은 와이파이 신호로 질을 낮춰 사용하도록 하는 셈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정부가 '공짜'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LTE 품질을 떨어뜨리는 셈이 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공공와이파이나 와이파이 무료개방을 양적으로 확대하는 것 못지않게 실제 접근편의, 이용 품질, 데이터 절감수요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투자가 중요하다"며 "가령 초중고 와이파이 구축의 경우 학교현장의 방침, 청소년 학습과 데이터 이용에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LG유플러스 모델들이 지하철 객차 내에서 와이파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LG유플러스 모델들이 지하철 객차 내에서 와이파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구축 이후 유지·보수도 관건
공공와이파이 확대 구축 이후 이동통신사와 운송회사 등의 운영비 부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버스에 설치될 공공와이파이 5만개는 이동형 와이파이여서 고정형보다 와이파이 접속장치(AP) 설치비와 유지비용이 더 비싸다.

현재 정부는 버스 와이파이의 초기 구축비용은 정부가 부담하기로 했지만 운영비용에 대한 구체적인 발표는 내놓지 않은 상태다. 일단 그동안에는 초기 투자비 외에 운영비용은 지방자치단체가 알아서 충당하는 것이었는데, 이같은 부실한 계획이 결국 공공 와이파이를 부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최근 서울시가 빌주한 버스 와이파이 구축 사업에서는 초기 구축과 운용비용을 이동통신회사가 부담하도록 하고 모바일 광고를 통해 비용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사업자를 모집했는데, 이동통신 회사들이 참여하지 않아 사업이 유찰된 사례가 있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무선인터넷 확산기반조성' 국정과제의 하나로 공공와이파이 구축이 확대되기는 했으나 유지·보수·고도화를 위한 예산편성은 기획재정부 반대에 부딪혀 사업이 종료된 사례도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공공와이파이의 숫자 늘리기에만 집중해 실질적 사용자 입장의 실효성이나 운용방식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정책을 내놨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공공 와이파이 구축 이후 품질 유지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이동통신사 투자 전반을 포괄하는 중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계획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