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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지금은 北과 대화할 때 아냐… 강한 제재로 협상 이끌것"

文대통령-트럼프 56분간 통화 내용은
한반도 전쟁 불가 강조하며 북핵문제 외교로 해결 강조
트럼프, 국방예산 언급하며 FTA 개정 돌출 발언하기도
文 대통령 "갑질문화 막을 근본대책 마련하라"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박찬주 제2작전사령관 부부의 공관병에 대한 '갑질' 의혹에 대해 "군 최고통수권자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군과 공직사회의 갑질 문화를 근절하는 근본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연합뉴스
文 대통령 "갑질문화 막을 근본대책 마련하라"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박찬주 제2작전사령관 부부의 공관병에 대한 '갑질' 의혹에 대해 "군 최고통수권자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군과 공직사회의 갑질 문화를 근절하는 근본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잇따른 전화통화에서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간 북핵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며 '과정'에 있어서도 대화와 압박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고수해온 문 대통령이 북한의 잇따른 도발 앞에 결국 미.일과 함께 대북압박으로 무게중심을 옮겨탄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 측은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56분간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사전에 준비한 자료에 구애받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입장을 밝혔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좋다" "감사하다"는 추임새를 여섯 번이나 넣었다고 전했다.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에 공감을 표한 양측은 이날 통화에서 '한반도 전쟁 불가론'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에 대해 각각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된다"고 거듭 강조, 최근 공개적으로 예방전쟁(preventive war)이니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을 운운하고 있는 미국의 행보에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중 "한.미 동맹을 위해 미국이 막대한 국방예산을 지출하고 있으니 한·미 FTA를 개정해야 한다"고 말해 돌발상황을 연출했다.

■문 대통령 "한반도 전쟁 안돼"

청와대에 따르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을 감행(지난달 28일)한 지 열흘 만에 이뤄진 이날 통화는 오전 7시58분부터 8시54분까지 이뤄졌다. 청와대는 이번 통화를 놓고 "두 정상이 북한에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를 가해 핵·미사일을 포기하게 해야 한다는 데 공감을 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통화를 기점으로 대화에 방점을 찍은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를 해보셨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질문에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양국이 긴밀히 공조하면서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에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를 가해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해서 문 대통령이 '레드라인' 없는 대북압박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미·일 정상과의 통화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된다. 용인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을 대북압박 카드로 쓰고 있는 미.일에 대해 주의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예방전쟁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적의 위협을 미리 차단한다는 의미의 예방전쟁은 상대의 공격이 임박했을 때 가하는 선제공격보다도 훨씬 무력사용에 있어 적극적 개념이다. 한반도를 위협에 빠뜨릴 수 있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군사적 대결이 아닌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현재의 엄중한 안보상황을 극복해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미국 조야의 위험한 발언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낸 것으로 해석된다.

■美는 FTA, 韓은 미사일협상 연계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가 3분의 2가량 지난 시점, 갑자기 "미국은 한·미 동맹을 위해 막대한 국방예산을 지출하고 있다"면서 "막대한 대한 무역적자를 시정하고 공정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한·미 FTA를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돌출발언을 했다. 한반도 방위비용에 대한 일종의 청구서 격으로 FTA 문제를 보고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 국방비의 상당 부분이 미국 무기 구입에 쓰일 것"이라며 호혜적 방향으로 FTA 협상을 발전시키자고 말해 비교적 유연하게 대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비와 FTA를 연계했던 것처럼 문 대통령 역시 사드 잔여 발사대 4기 추가 배치와 한국군의 미사일 탄두 중량을 제한한 한·미 미사일 협상 개정 문제를 연계했다. 문 대통령은 "사드 추가 배치를 반대하는 현지 주민과 국민의 의견이 있고, 중국의 더 강력한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이른 시간대에 이 문제를 협의하고 노력하겠다"면서 "한.미 정상회담 시 협의한 미사일 지침 개정협상이 원만하게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극 협력하겠다"고 답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이야기를 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주로 경청하는 흐름이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주 좋다' '감사하다' 등의 표현을 여섯 번이나 했다"고 말했다. 사전에 준비한 자료를 넘어서서 허심탄회하게 두 정상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청와대 측은 전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