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한발씩 뒤로 물러난 북·미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5 17:58

수정 2017.08.15 22:02

美  틸러슨.매티스 ‘외교적 해법’ 방점… 출구전략 모색
北  김정은, 괌사격방안 보고받고 "미국 좀더 지켜볼 것"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14일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면서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으로부터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14일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면서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으로부터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화염과 분노' '불바다' 등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한반도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던 북한과 미국이 '지켜보겠다' '외교적 해법' 등으로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모양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으로부터 '괌 포위사격 방안'을 보고받고 만족감을 표시한 뒤 "비참한 운명의 분초를 다투는 고달픈 시간을 보내고 있는 미국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15일 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371호에 반발, '괌 포위사격 검토' 발언과 상세 발사 시나리오까지 언급했던 북한이 김정은의 직접적 언급으로 '지켜보겠다'는 공개 메시지를 보내면서 의도에 관심이 모인다.

북한의 전형적 '미국 떠보기'라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북·미 대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 북한이 메시지 수위 조절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앞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지난 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을 만나 북·미 대화를 타진했다는 요미우리신문 보도가 이날 나오기도 했다.

양측 간 대화 정황이 포착된 건 한반도를 둘러싼 말폭탄이 한창이던 지난주부터다. 한 외신은 지난 11일 미국과 북한이 이른바 '뉴욕채널'을 통한 물밑대화를 하면서 북한의 대미협상을 총괄하는 최선희 외무성 미국 국장의 미국 방문을 추진했으나 불발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공교롭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화염과 분노' '군사적 해결책 장전 완료' 등을 언급해 맞불을 놨던 미국도 국내외 비판 여론에 한 걸음 물러섰다.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한국을 방문했던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을 비롯해 미 안보당국 사령탑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13일 잇따라 '외교적 해법'에 방점을 찍어 자체적으로 메시지 수위를 조절하기도 했다.

북·미가 나란히 고조된 긴장 수위를 낮추고자 시도하면서 다음 단계에 귀추가 주목된다. 당장 북·미가 마주 앉을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미국은 지금 대화보다는 중국을 이용해 북한을 움직이고 싶어하고, 북한도 위협을 거둔 것은 아니다"라면서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하는 경우 또다시 위기가 고조되고 이때 다시 전격적으로 북·미 대화 국면이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김정은은 지켜보겠다고 하면서도 "미국이 위험천만한 망동을 계속 부리면 중대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하며 기본적인 위협 기조는 이어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일정 수준의 '자위적 무력' 개발을 이뤘다는 김정은 정권의 판단과 추가적인 북핵.미사일 기술 고도화를 막으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계산이 접점을 찾을 경우 전격적인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재천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완성하면 이를 인정받는 것을 조건으로 미국과 대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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