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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위기는 갑자기 찾아온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21 17:17

수정 2017.08.21 17:17

[fn논단] 위기는 갑자기 찾아온다

세상을 살다보면 우리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갑자기 일어나는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종종 과거에 유사한 사건이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혹은 논리적으로 따져 볼 때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그런 일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드라마틱하다. 2016년을 잠깐 회상해보자. 기대하지 않았던 사건이 연거푸 발생해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던 것을 다들 기억할 것이다. 브렉시트가 발생하였고,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영국은 EU체제에 잔류하는 것이 경제적 관점에서 현명한 판단이었기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브렉시트의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였다.
트럼프의 경우 반복적으로 터지는 대형 스캔들로 인해 정치적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힐러리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았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반대방향으로 가버렸고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기대하지 않았던 이런 종류의 사건들은 자주 일어나지는 않는다. 대신에 한번 발생하면 그 파괴력은 엄청나다. 이러한 사건들이 언제 일어날지를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지만 예측의 어려움은 인정하더라도 우리가 어떤 준비자세를 가지느냐에 따라 발생 이후의 진행 모습에는 큰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금융시장을 예로 들어보자. 금융시장에서는 기대하지 않았던 사건이 갑자기 일어나는 상황을 금융회사가 떠안게 될 잠재적인 위험(리스크)으로 정의한다. 금융회사들은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갑자기 일어나서 곤경에 빠지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하여 여유자본을 쌓도록 요구받는다. 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이 정한 자기자본비율에 따라 충분한 수준의 자본금을 쌓아 두어야 한다. 증권사의 경우 순자본비율(NCR)에 따라 자본금을 쌓아야 하고, 보험사는 위험기준 자기자본(RBC) 기준을 준수해 자본금을 적립해야 한다. 은행, 증권사, 보험사들에 적용되는 이러한 기준들은 용어가 각기 다르고 어렵게 들리지만 기본적인 철학은 사실 간단하다. 예상밖의 상황이 발생해서 큰 손실이 나도 자본금을 여유있게 마련해두면 망하지 않고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위험의 발생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자본금 준비를 얼마나 충실하게 하느냐에 따라 금융회사의 운명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

최근 우리 경제에는 기대하지 않았던 일들이 자꾸만 일어나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로 인한 무력충돌 위험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며, 안전할 줄 알았던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었다. 북핵으로 인한 무력충돌의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지극히 낮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해 버리는 것보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감안하여 컨틴전시 플랜을 익혀두는 자세가 더 필요해 보인다. 먹거리 영역에서의 사고는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지만 대응 매뉴얼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작은 준비가 위기상황에서 우리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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