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과 전쟁
아자 가트 / 교유서가
아자 가트 / 교유서가
인간은 왜 싸우는 걸까. 폭력성과 공격성은 인간 본성에 내재된 것일까. 이같은 본질적 질문에서 시작하는 이 책은 문명이 전쟁과 어떻게 맞물려 진화해왔는지를 심도 있게 고찰한다.
2006년 '더 타임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이 책은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였다'는 점에 착안했다.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문명과 전쟁이 어떻게 긴밀하게 상호 작용하며 진화해왔는지를 추적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인류의 역사는 '폭력의 승리'다. 보통 인류의 진화 또는 역사를 이성의 발달로 정의하는 것과는 달리 폭력에 초점을 맞춘 이 책은 강한 폭력이 약한 폭력을 제압하고 대체해온 과정이고, 평화는 그 부산물일 뿐이라고 말한다.
특히 인류 역사 속에서 폭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평화의 승리'로만 해석하면 안된다고 경고한다. "사회 안에서 폭력적 죽음의 비율이 낮아진 것은 대개 폭력이 승리했기 때문이지 어떤 평화로운 합의 때문이 아니었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군사학은 물론이고 진화론, 진화심리학, 동물행동학, 인류학, 고고학, 역사사회학, 정치학, 국제관계학 등 다양한 학문을 종합해 무려 9년의 시간을 투자해 저술한 이 책은 문명과 전쟁의 상관관계를 바라보는 단연 새로운 시각이다.
저자가 주목한 것은 인류가 진화한 200만년 중 99.5%에 해당하는 199만년 동안의 수렵채집 생활이다. 인간의 문화적 진화를 지난 1만년간 농업기 동안에 집중하면서,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가 이뤄진 이 시기가 외면당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현대인들은 대체로 동물의 생존 투쟁과 국가의 전쟁을 다른 차원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저자는 수렵채집인들의 싸움이 동물들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 습격과 역습이 일상이고, 싸우다 죽는 수렵채집 환경에서 진화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현재 인간 행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죄수의 딜레마' '안보 딜레마'부터 끝없는 군비 경쟁의 근원이 여기에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특히 근래 들어 두드러진 부와 권력의 선순환 메커니즘을 전쟁과 관련시켜, 부는 곧 전쟁 자금이고 전쟁은 더 많은 부를 가져왔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쟁과 관련한 책들은 수없이 많지만, 군사학을 비롯해 역사와 정치, 심리, 인류학 등 다양한 학문을 종합해 깊이 있게 파고드는 책은 많지 않았다. 인간의 본성에 '싸움'과 '경쟁'이 내재된 것이라면, 그것을 왜 선택하고 선택하지 않는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는 계기가 될 듯하다.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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