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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해수부 노조의 '국감 협조 공문' ..국회 '자료요청권' 무시 아니다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3 17:49

수정 2017.09.13 17:49

[현장클릭] 해수부 노조의 '국감 협조 공문' ..국회 '자료요청권' 무시 아니다

해양수산부 노동조합위원장이 자칫 국회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불려나가야 할 판이다. 발단은 노조 명의 '공문'이다. 지난 8월 31일 노조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실에 '2017 국정감사 협조요청'이란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노조는 "일부 의원의 필요 이상 과도한 양과 즉흥적 자료요구로 담당 직원들은 고유업무 마비와 야근, 주말근무, 수당도 지급되지 않는 초과근무를 지속하고 있다"며 "다가오는 추석연휴를 가족들과 행복하게 보낼 수 있게 배려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10월 12일부터 시작되는 국감 관련 자료는 9월 20일까지만 요청해달라고도 했다. 최장 열흘간 이어지는 추석연휴에 앞서 미리 자료를 보내달라는 취지다.
노조는 '국정감사에 필요한 자료인지 사전검토 후 요구' '반복.답습 자료요구 자제' 등 제출방법도 명시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 공문은 국회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의 노여움을 불러일으켰다. 일각에선 이들이 해수부 노조위원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해 이번 공문 발송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소문까지 들린다. 이들은 "헌법에 보장된 국회 자료요청권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시간끌기나 은폐 등으로 자료 제출을 성실하게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반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국민이 국회에 정부를 감시.비판하는 권한을 부여했으니 공무원들은 성심성의껏 의원들을 도와 자료를 제공하는 게 맞다. 그러나 이들 노조의 주장이 왜 나왔는지 스스로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간 국감을 진행할 때마다 신문 헤드라인에 빠지지 않았던 단어는 바로 '갑질'이다. 국회의원들이 국감을 빌미로 상식에 맞지 않는 행동을 반복해온 결과다. '자료요청권'을 행사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공무원은 국회의원이 국감자료를 요구하면 의무적으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그간의 행태를 보면 국회의원들이 정말 해당 자료가 필요해서 요청했는지 의구심이 가는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심지어 정부에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마치 의도적으로 공무원들을 괴롭히기 위한 징벌적 형태로 남용했던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농해수위는 몇 해 전 정부가 관련 예산을 줄였다는 이유로 기획재정부에 어마어마한 양의 '보복성 자료요청'을 하기도 해 구설에 오른 적도 있다. 노조가 '국정감사에 필요한 자료인지 사전검토 후 요구' '반복.답습 자료요구 자제'을 언급한 것도 그래서다.
그것도 '배려'라는 단어로 정중히 부탁했다. 이들의 주장처럼 "자료요청권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니라는 말이다.
가난한 시인이 호텔에 제안만 해도 '갑질'이 되는 세상이다. 농해수위 의원들은 '갑질'을 멈추라.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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