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15분 진료의 기대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7 17:04

수정 2017.09.17 17:04

[차장칼럼] 15분 진료의 기대

우리나라 의료는 세계적 수준으로 정평이 나있다. 특히 대도시의 경우 집을 나서면 10분 이내에 예약을 하지 않고도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널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은 항상 불만족을 표시했다.

바로 '3분 진료' 때문이다. 최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종합병원의 초진환자 1인당 평균 진료시간은 6.2분이다. 규모가 큰 상급종합병원은 더 �은 3~4분이다.
이렇게 되면 병원에 가도 그냥 증상만 얘기하고, 그에 따른 약 처방을 받는 게 전부였다. 그러다 보니 간혹 다른 질환을 놓치는 경우도 발생했다.

또 대학병원에 가면 무조건 각종 검사를 해야 했다. 검사 결과를 보고 3분 이내에 진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의료는 '박리다매'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의사가 더 많은 환자를 봐야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최근 정부가 이 시스템을 개선하고자 나섰다. '15분 진료'에 대한 수가를 만들겠다는 얘기다. 이달부터 시범기관을 정해 시행해 보겠다고 한다. 서울대병원을 포함해 상급종합병원급 국공립병원을 중심으로 3~4곳을 지정하고 민간병원도 원한다면 추가하기로 했다.

15분 진료 수가는 9만3000원으로 책정했다. 기존 3분 진료 수가는 2만4040원이다. 4배가량 차이가 난다. 환자 부담은 3만원이므로 6000원 정도 늘어난다. 얼마 안 되는 비용을 더 내고 15분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지만 모든 질환에 15분 진료를 허용할 수 없기 때문에 중증질환을 대상으로 초진에 한해 1회만 하게 된다. 의사도 전문의 취득 후 5년 이상, 의료기관별로는 의사 중 10% 정도로 제한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환자가 15분 진료를 받으려면 미리 신청한 후 의료진이 대상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물론 의료계에서는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환자 1명에게 15분 진료를 하면 환자 수가 줄어든다.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검사 등 다른 진료비도 줄어들기 때문에 수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또 환자를 구분하지 않으면 뒤에 대기환자들의 불만이 증가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개인병원들은 안 그래도 대학병원에 환자가 몰리는데 15분 진료까지 하면 환자가 개인병원에 오겠느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 외에도 3분 진료에 패턴이 맞춰져 있던 의료진도 15분 동안 얘기하려면 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는 환자도 마찬가지다. 질문과 답변을 많이 준비해가야 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개선해 나가면 된다. 일단 환자 입장에서는 병력, 생활습관, 치료계획에 대해 의사와 15분 동안 자세히 얘기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우리 의료가 차차 환자가 중심인 환경으로 바뀌길 기대해본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산업2부·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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